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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칼럼] 카다피의 죽음이 독재자들에게 주는 경고

초등학교 수업 시간, “리비아에서는 인민이 권력을 잡고 있어요”라고 교사가 말하자, 한 사내아이가 “순거짓말이에요. 우리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잖아요”라고 반문했다. 교사가 “리비아에는 국가원수가 없어요”라고 가르치자, 아이는 “그럼 누가 대통령이에요?”라고 물었다. 교사는 “인민이 스스로 통치하지. 대통령은 없어”라고 답해야 했다. 아이들 부모 중에는 열렬한 카다피 추종자가 있을지도 몰라 항상 경계해야 했다.

“아이들에게 거짓을 가르쳤어요. 교사의 양심에 반하는 짓을 한 거지요.”

카다피의 정치사상을 담은 ‘그린 북(Green Book)’을 초등학생에게 가르쳤던 리비아의 한 사상교육 담당 여교사는 요즘 깊은 회한에 젖곤 한다. 일본의 한 신문이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만난 사상담당 여교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카다피 치하의 암울했던 사상교육 실상을 전한 내용이다.

42년 동안 리비아를 철권 통치한 무아마르 카다피가 지난 20일 시민군에게 쫓긴 끝에 하수로 배수관에서 잡힌 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쏘지 마, 쏘지 마.” 독재자의 말로가 대부분 그러하듯 카다피의 마지막도 비루하기 짝이 없었다.

카다피도 쿠데타 당시에는 대의명분을 중요시했다. 27세의 혈기방장한 카다피는 쿠데타 당시 행한 라디오 연설에서 “지금부터 리비아는 자유롭고 주권을 가진 아랍 공화국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압제 받거나 기만을 당하지 않으며 피해를 보지도 않을 것이다. 노예도 주인도 없는 자유로운 형제의 사회가 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카다피는 그러나 머지 않아 ‘인민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구실로 의회 제도와 헌법을 폐기하고 전제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한때 ‘아프리카의 체 게바라’로 불렸던 혁명가에서 차갑고 변덕스런 독재자로 변해 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독재자들이 세상 도처에서 국민을 핍박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집권 초기만 해도 ‘민중을 생각하는 혁명가’처럼 진정성을 갖고 행동했다. 그러나 점차 초심을 잃고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는 탐욕의 수렁에 깊이 빠져들었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욕심을 채울 때가 아니라 비울 때 열린다.” 에피쿠로스의 말이다. 카다피의 초라한 죽음을 보며 세상의 독재자들이 선(善)했던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알 테니까. /류수근 논설위원 ryusk@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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