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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벙어리 저금통’의 추억

과거 어느 집에서나 벙어리 저금통이 필수품이던 시절이 있었다. 벙어리 저금통이 상징하듯이 저축은 당시의 미덕이었다. 여공들도, 버스 차장들도 알뜰히 적금을 부어 고향 부모님의 생활비를 보태드리고 동생들의 등록금도 댔다. 푼돈이었을망정 그것이 모여서 제조업 공장을 세우고, 기계를 돌렸다. 경제개발의 귀중한 밑천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벙어리 저금통이 괄시를 받기 시작했다.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고 소득이 늘면서 푼돈은 거들떠보지 않게 됐던 것이다. 은행 창구에서도 동전을 뭉텅이로 갖고 가면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여기저기서 부동산 가격이 뛰어오르고,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벙어리 저금통은 서서히 안중에서 사라져 버렸다.

지금은 저축보다는 소비가 경제를 돌리는 동력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지갑에 지닌 서너 장씩의 신용카드가 뚜렷한 증거다. 그러나 은행계좌의 잔고를 감안하지 않고 무턱대고 긁어대다간 언젠가 문제가 곪아 터질 수밖에 없다. 카드 돌려막기가 성행하고, 끝내 고금리 사채업체에까지 손을 벌렸다가 패가망신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된다.

요즘은 경기 위축과 소득감소로 저축을 하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자녀의 학원비와 대출이자, 전셋값 부담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가계부채의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나 최근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 문제가 결코 강 건너 불구경으로만 여겨지지 않는 까닭이다.

지난주 또다시 저축의 날을 보냈다. 1988년 24.7%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가계저축률이 현재 3% 안팎으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

지난해 OECD 각국의 저축률을 살펴봐도 독일 11.5%, 스위스 10.7%였던 반면 우리는 2.8%의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도 5.7%로 우리를 앞질렀다. 벙어리 저금통으로 기억되는 지난날의 근면성이 새삼 아쉬워진다./ 허영섭·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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