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럴 헤저드
즐기되 무작정 즐기지는 말자. 말의 동기와 의도, 삶의 방식, 말과 행동의 합치 등을 꼼꼼히 따져 본 뒤 환호해도 늦지 않다. 듣기 좋은 소리라 해서 무조건 열광하진 말자는 얘기다.
맥락 없는 ‘진영논리’에 진절머리가 날 정도다. 맥락이란 태도이자 실천이며, 그 연장선에서 나온 말이라야 비로소 진정성이 담보될 수 있다. 자칫하면 반발과 증오, 냉소만 키울 뿐이다.
문화자본에 안주하던 지식인들이 느닷없이 진영논리를 펴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방송 퇴출 통보를 받은 도올 김용옥이 느닷없이 반MB의 선봉이 된 듯 정제되지 않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처음이 아니다. 정권 후반기쯤이면 으레 나타나곤 했던 그다. 노 전 대통령에게 ‘오럴 헤저드’에 빠졌다고 비난을 일삼던 이가 바로 도올이다.
가만 들어보면 그건 학자의 말이 아니다. 새로운 주장이거나 참신한 논리가 담긴 것도 아니다. 그저 주기적으로 ‘오럴 헤저드’에 빠져들고 있을 뿐이다.
#행복
지난달 29일 테드엑스인하(TED×InhaU)에서 만났던 현승이 덕분에 새삼 행복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됐다.
연사 명단에도 없는 더벅머리 청년이 무대에 올라 하모니카와 피아노를 연주하는 순간 뭔가 심상치 않다 싶더니 예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20세 청년 현승이는 7, 8세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가진 장애인이었다. 생후 한달 만에 뇌수종과 뇌종양 판정을 받고 사경을 헤매다 12시간의 대수술 끝에 다시 태어난 현승이에겐, 그러나 신의 선물이 있었다. 한 번 들은 CF음악을 악보 없이 바로 연주하고, 즉흥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탁월한 예술감각을 가진 것.
모델 겸 연기자 생활을 하고 있다는 어머니는 현승이로 인해 나날이 기쁘고 행복하다며 객석을 향해 방긋 웃는다.
그에게서 배운다. 진정한 행복이란 더 많이 갖는 것, 더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나누고, 더 많이 사랑하는 것임을.
/‘유쾌한 420자 인문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