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김응룡 전 삼성 사장을 광주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전날 해태 OB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오랜만에 광주에 찾은 길이었다. 모처럼 옛 제자들과 해후를 해서인지 기분이 좋아보였다. 김봉연·김준환·방수원 등 지금은 프로야구판을 떠났지만 향수를 자극하는 이들이다. “옆에 카메라만 없었다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 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삼성 야구단의 고문이다. 아직은 삼성 밥을 먹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삼성의 우승 이야기로 화제가 돌아갔다. 그는 삼성과 KIA의 한국시리즈 대결을 예상했다. 예상대로 들어맞는 듯 했으나 KIA가 후반기 들어 갑작스러운 부진으로 무산됐다. 명장의 예상은 적어도 절반은 맞혔다. 전반기 1위는 KIA, 2위는 삼성이었으니까.
그리고 김 전 사장은 “왜 삼성이 우승한 줄 알아?”라고 묻더니 비결을 단순명료하게 정리했다. 노장 양준혁의 은퇴와 유격수 박진만의 방출이었다. 오승환을 비롯한 탄탄한 마운드, 그리고 류중일 감독의 지도력 등 우승의 원동력은 많지만 그는 두 노장의 퇴진이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바로 세대교체의 실현이었다. 양준혁은 지난 시즌 도중 옷을 벗었다. 박진만은 시즌을 마치고 이적료 등 조건 없이 이적을 허락했고 고향팀 SK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두 선수의 빈자리는 누가 채웠을까. 바로 젊은 선수들이었다. 26명의 엔트리에서 2명의 빈자리는 엄청난 것이다. 스타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한 무수한 인재들에게는 빛과도 같은 일이다. 그들이 주전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당연한 일이다. 삼성의 야수진은 그만큼 젊어졌고 패기가 넘쳐 흘렀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은 이들이 해냈다.
김응룡은 “세대교체는 이렇게 해야 한다. 당장 큰일이 있을 것 같지? 절대 아니야. 반드시 결실로 돌아와”라고 말했다. 김응룡 전 사장은 22년 동안 프로야구 명장으로 풍미했다. 그가 한국시리즈 우승 10번을 달성한 이유 역시 주도면밀한 세대교체였다. 한번쯤 젊은 감독들이 새겨들을 법어가 아닌가 싶다. /OSEN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