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심 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지 2주 지났다. 지난해 5만달러 뇌물수수 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같은 피고인이 두 번 기소되고, 두 번이나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한 전 총리는 일단 명예를 회복했지만, 검찰은 호된 비판과 함께 뭇매를 맞았다. 검찰이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혀 2심에서 또 한 차례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대법원까지 최종심이 남아 있기에 섣불리 예단할 수도 없다.
이번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보자.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는 지난해 4월 폭탄발언을 했다. 그는 검찰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게 9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이를 단초로 즉각 수사에 나섰음은 물론이다. 한 전 총리는 같은해 7월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 전 총리가 이같은 혐의사실을 인정했을 리는 없다. “정치 탄압”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여기에 친노(노무현) 진영도 가세했다.
‘무죄’의 조짐은 이미 있었다. 한만호씨가 지난해 12월 열린 2차 공판에서 검찰 진술을 번복한 것. “한 전 총리에게 어떤 정치자금도 준 적 없다. 제보자 협박에 허위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검찰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이때부터 지루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 달 31일 무죄가 선고되기까지 460여일간 공방을 벌였다. 검찰, 재판부, 피고인측이 각각 최선을 다했고 결과는 한 전 총리의 승리로 일단락 됐다.
무죄가 선고된 당일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았다.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하는 글들이 주를 이루었다. 친노 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대다수 국민들이 ‘사필귀정’이라고 판결을 반겼다. 반면 검찰은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우연히 눈에 띄는 글을 발견했다. “검찰도 자신의 위치에서 할 일을 한 것입니다. 법원과 검찰간의 유죄심증형성에서 차이가 있었을 뿐이지요. 통상 검찰은 70% 정도의 유죄심증이 형성되면 기소를 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십중팔구 즉 90%정도의 심증이 형성되어야 유죄판결을 합니다. 이 차이에서 오는 무죄판결이지 검찰의 무리한 수사결과라고는 판단되지 않습니다”
그렇다. 공판에서는 유죄도, 무죄도 선고될 수도 있다.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결과다. 이번 사건의 경우 유죄가 선고됐다면 재판부를 ‘정치 판사’라고 질타했을까. 같은 맥락에서 검찰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도 옳지 않다. 항소심이 주목된다. /오풍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