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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방법

다년간의 결혼생활을 통해 얻은 첫 번째 지혜는 우선 온몸으로 정색하며 반응하지 말라는 거였다.

신혼 초기엔 가령 남편이 양말을 막 벗어 던져 놓은 걸 가지고도 밤을 꼴딱 새며 부엌테이블에서 설전을 벌였던 것 같다. 지금은 양말 벗어놓은 게 눈에 띄면 그냥 조금 더 눈에 띄는 곳에 발로 뻥 차서 옮겨놓을 뿐이다. 그러면 절로 알아서 치우더라. 그러면서 깨달았다. 나 자신을 격하게 자학할수록 그것이 나의 열망을 더 증명하거나 내 의지가 더 쉽게 관철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두 번째 깨달음은 내가 아무리 옳다고 생각해도 상대를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고 소통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밉상이어도 ‘넌 본래 나쁜 놈’이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면 소통이 될 리가 만무하다. 내 맘엔 안 들지 모르지만 상대에겐 분명 상대만의 입장이 있을 거라고 일단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 울컥해서 내지르면 그 순간만 속이 후련할 뿐이고.

애증의 관계, 힘의 역학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는 점에서 부부 사이와 한·미관계는 참 많이 닮아있다. 그런 가운데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한국지부장이 개인 차원에서 벌이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미FTA 탄원서 보내기’ 운동은 무척 흥미롭다.

어느 한쪽 국민의 인권상황을 위협할 수 있는 국가간의 합의는 결국 양 국민 모두와 그 관계에 해로울 것이기에 협상의 불공정성 여부를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격한 반발은커녕, 이는 한·미관계가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려는 선한 의지를 갖는다는 믿음을 깔고 갔다. 싱겁고 나이브할까? 하지만 이 ‘심심한’ 편지가 천명, 만 명 단위가 된다면 미국 대통령이 가지게 되는 작은 생각의 차이는 큰 파장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한 때 우리는 온몸으로 증오를 표현하며 죽기살기로 저항하다가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다. 허나 시대는 바뀌어 화염병은 촛불로 바뀌었다. 크레인 위에서 300여 일 버텨 의지를 관철시킨 그녀는 비장미나 자해소동보다는 밝은 미소와 낙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저항의 방법은 다양할수록 고마운 것이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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