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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미네르바는 밀폐된 광장에서 날지 않는다

부엉이 모양의 시계와 열쇠 꾸러미 또는 목걸이가 눈에 띈다. 값은 15달러에서 25달러 사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는 부엉이로 묘사되곤 하니, 이게 달린 시계는 인간과 역사의 운명적 시각을 정확히 내다보는 듯하고 열쇠는 비밀의 통로를 여는 능력인 듯하며 목걸이는 그런 능력을 늘 지니고 다니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가을 어느 주말, 뉴욕 브로드웨이 60가에서 42가에 이르는 긴 거리가 순식간에 다른 풍경으로 변모한다. 사람들은 그곳으로 쏟아져 나오고 갖가지 볼거리가 눈길을 끈다. 부엉이 장식이 달린 시계도 여기서 샀다. 거리를 광장으로 바꾸어낸 도시의 낭만은 매혹적이다. 이와는 또 달리 올해 11월부터 뉴욕을 흔든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은 거리가 문화의 공간만이 아니라, 역사의 광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어느 나라에서나 광장은 밀폐된 공간이 아니다. 그러나 그곳이 봉쇄된 모습으로 바뀌는 순간, 우리는 현실이 꽉 막혀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사회적 연계망 서비스 SNS는 현실의 광장이 물리적으로 차단되었을 때 열린 21세기 판 ‘아고라’다. 이 아고라는 그곳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든다. 이것마저 봉쇄하면 그런 사회는 질식하고 만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아고라’라는 광장이 그 기반이었다. 사람들이 자유롭고 모여 물건을 사고팔며 견해를 나누면서 때로 격론을 벌이기도 하고 때로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그곳은 이들의 삶을 결정하는 활력 넘치는 정치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아고라가 없는 사회와 나라는 암담해진다. 소통이 막힌 곳에서 올바른 역사를 세우기는 애초부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시인 임화는 해방이 된 조국에서 역사의 광장을 쥐고 흔드는 자들을 그의 시에서 ‘가난한 동포의 주머니를 노리는 외국 상관의 늙은 종들이 광목과 통조림의 밀매를 의논하고 있다’고 고발하고, 이는 욕된 하늘이자 깃발을 내리는 편이 도리어 나은 시대라고 일갈했다.

만일 강대국과의 경제협정이 이 나라의 가난한 이들에게 돌이킬 수없는 폭풍이 된다면 그 아우성은 억누른다고 조용해지는 것은 결코 아닐 게다.

미네르바는 아고라 광장에 출몰한다. 그 광장을 막고 미네르바를 내쫓는 권력은 스스로 야만이 되고 있는 것을 모른다.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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