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검사, 변호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종이다. 공부를 많이 한 만큼 특별한 대우도 받는다. 사회도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고의 신랑, 신붓감으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덕목이 도덕성이다. 누구보다 청렴하고 순결해야 한다. 임관할 때도 이를 선서하고 다짐한다. 진정한 공복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는 각오다.
법조 3륜(輪)이 낀 사건이 부산에서 터졌다.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이다. 부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모 변호사가 이모 검사에게 벤츠와 고급 핸드백을 사줬다는 것. 이 여검사는 최근 사표를 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또 다른 진정인인 대학강사 이모씨가 등장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도 몇 달 지났다. 그러던 중 언론에 보도되자 검찰도, 법원도 진상파악에 나서는 등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것은 지난 5월. 검찰은 최 변호사와 이 검사가 내연관계에 있다는 첩보를 당시 입수했다고 한다. 대검도 두 달 뒤 이 검사가 벤츠 승용차를 타고다니지만 알아본 결과 큰 문제가 없다며 부산지검에 진정사건으로 접수시켰다는 것. 그 당시 철저한 감사를 했더라면 징계 등 사전 조치가 가능했을 일이다.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30대 중반의 여검사가 벤츠를 몰고 다닌다면 당연히 의심을 갖고 자초지종을 알아봤어야 했다. 검찰이 직무를 유기한 셈이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직접 불끄기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이창재 안산지청장을 특임검사로 임명했다. 지난해 ‘그랜저 검사’ 때보다 수사팀을 크게 꾸릴 것이라고 한다. 특임검사가 챙겨볼 일이 적지 않다. 단순히 내연관계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로비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기왕 수사에 나선 이상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사정의 칼을 휘두르기 위해서는 검찰부터 정의로워야 한다. 똥 묻은 개가 겨묻은 개를 나무랄 수 없다. 검사에게는 각종 유혹이 끊이지 않는다. 그것을 물리쳐야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다.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네가 알고 내가 알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알지 않느냐.”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도 다 알게 된다는 뜻일 게다.
거듭 강조하건대 검사의 첫 번째 덕목은 청렴이다. 그래야만 국민 전체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어느 세상에 살든 돈과 담을 쌓고 살지 않으면 안 된다.” 명심하기 바란다.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