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내년부터 가계대출 금리를 앞다퉈 내릴 전망이라 서민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먼저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금리제도가 폐지되고 새로운 기준금리가 개발된다. 또 대출자의 신용도 등에 따라 적용되던 가산금리제도도 개선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금리인하 효과가 생겨 높은 이자에 시달려온 대출자들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의 형태로 정해진다. 기준금리는 CD 금리, 코픽스 등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가산금리는 신용도에 따라 개별 대출자에게 붙는 금리다. 문제는 이 방식으로 정하는 금리가 가계 대출자들에게 유독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채와 회사채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각각 0.18%포인트와 0.12%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는 0.51%포인트 급등했다. ‘재료비’ 상승분의 3배 이상이 ‘마진’으로 적용된 셈이다.
◆ 말많던 CD 연동금리 폐지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신용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CD 연동금리는 가계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키는 장본인 노릇을 해왔다. CD금리는 올해 들어 무려 0.78%포인트 급등했고, 이로 인해 가계대출 금리도 크게 올랐다. 하지만 정작 은행의 자금조달 가운데 CD가 차지하는 비중은 3.1%에 불과하다. CD금리 상승이 가계대출금리 급등으로 이어져야 할 연계성이 크지 않은 셈이다.
은행들이 CD연동금리를 폐지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새로 개발될 기준금리는 은행채, 국고채, 통안채 등 시장금리가 제대로 반영될 전망이며, 이 경우 대출금리는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 금리를 구성하는 다른 축인 가산금리도 낮아진다. 올해 들어 신규 고객에게 적용된 신용대출 금리(집단대출 제외)는 무려 1.12%나 뛰어올랐다. 이로 인해 10월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금리가 연 10%를 넘는 고금리 대출은 3.3%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3.2%)보다도 높다.
은행들은 개별적으로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대출금리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신용등급이 낮고 수입이 적은 서민들에게 적용되는 높은 가산금리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 고금리 대출도 크게 줄듯
은행권 신용대출 최고금리가 연 13%가량이므로 대출금리를 2∼3%포인트만 낮춰도 10% 이상 고금리 대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새 기준금리를 적용하고 가산금리를 다소 낮추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기업은행이 대출금리 인하경쟁의 선두에 섰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상생 차원에서 대출 최고금리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들도 중지를 모으고 있다.
시민단체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그동안 가계대출 금리만 나 홀로 급등해오던 기현상이 바로잡히고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성호(38)씨는 “급증한 이자 부담에 허리가 휘는 상황이었는데 ‘순익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을 받아온 은행들이 이 같은 대책을 내놔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