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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안 같은 나라가 된다면

한자의 기원이 은나라 시대 갑골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걸 주나라와 진나라가 계승해서 중국 문명의 초석을 다졌다. 이를 보다 명확하게 체계화 한 것은 한(漢)나라 때이니 한자(漢字)라고 했다. 갑골문의 갑(甲)이라는 글자는 밭(田)처럼 구획이 나눠져 있는 거북이 등딱지를 본 따서 만든 상형문자다. ‘갑’자가 밭 전(田)자와 다른 것은 거북이 꼬리 하나가 붙어 있는 모양이다. 갑골문은 하늘의 뜻을 묻는 복점(卜占)의 도구다.

우리가 억, 조 할 때의 ‘조(兆)’는, 거북이 등에 점칠 내용을 적은 복사(卜辭)가 불에 구워진 이후 파열돼 나타나는 무늬를 본뜬 글자다. “조짐이 좋다”라는 말의 조짐(兆朕)의 ‘조’도 마찬가지다. 짐(朕)은 본래 신분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진시황 이후 황제인 천자(天子)를 지칭하는 글자가 되었는데 애초의 의미로 보자면 ‘조짐’은 ‘나의 점괘’라는 뜻이 된다.

‘짐’자가 군주인 천자의 차원으로 가면, 조짐은 왕실의 미래와 관련이 있는 내용으로 변한다. ‘점(占)’이라는 글자도 보면, 나라 국(國)의 고대문자인 국(囗) 위에 복(卜)자가 붙어 있는 모양새다. ‘복’자는 ‘조’자와 같은 기원적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고 깃발을 그린 것으로, 어디로 가야할지 그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니 ‘점’은 한 개인이건 국가이건 그 나갈 길에 대한 질문과 답의 체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거북이가 하늘의 운명을 알려주는 점괘와 관련이 있다면 돼지는 사람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내용이 된다. 집안이라는 의미의 ‘가(家)’라는 글자를 보면 갓머리를 의미하는 면(宀)에 돼지를 뜻하는 시(豕)가 합쳐져 있다. 한 집안이란 돼지를 길러 먹고 살았던 시대의 가족 단위를 뜻하는 것이 되는 셈인데, 이 ‘가’자가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지내는 제사와 관련이 되면 한 조상 아래 이루어진 혈연 집단의 ‘제사 공동체’라는 의미로 그 질적 전환이 이뤄진다.

‘국가(國家)’라는 글자도 돼지를 쳐 함께 먹고 살면서 제사를 지내는 한 집안 같은 공동체라는 의식을 가진 단위라고 할 만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사회적 양극화는 잘사는 형제가 못사는 형제를 짓밟는 가족 파괴현상과 다를 바 없다. 역사의식을 공유하는 제사가 사라진 탓일까? 갑골문을 적어 점이라도 치면 조짐이 괜찮아지려나?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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