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이브가 돌아왔다.
크리스마스는 뭐랄까 여러 사람 참 스트레스 주는 날임에 틀림이 없다. 외식이라도 하려면 좋은 곳은 진작에 예약을 해놔야지, 당일에 허둥지둥 스케줄을 만들면 줄 서서 기다리거나 바가지 쓰지, 선물하느라 과용하지, 차는 막히고 어딜 가나 사람들로 붐빈다. 그럼에도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이 긴장감과 강박은 얼마나 피곤한가.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아까 말한 그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할 필요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바로 이브에 특별한 약속이 없는 솔로들.
이 시즌 요 맘 때만 되면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는 솔로부대들의 ‘혼자 지내기 싫다’는 웅얼거림이 환청으로 들릴 지경이다. 요새처럼 1인 가구가 늘어난 시대에 부모님은 따로 살고, 친구들은 각자의 가정이나 연인이 있고, 솔로인 친구들끼리 굳이 먼저 나서서 모이자 하기도 민망하니, 그렇게 되면 물리적으로 소리 죽이며 혼자 지낼 수밖에 없다.
남들은 다 커플이나 가족끼리로 거리에 쏟아져 나오니 혼자 외출하기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집에 숨어(?)있어도 왠지 비참하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혼자면 고독하고 부끄럽고 불안하고 고통스럽고 마치 내가 인생 잘 못 살아왔다는 자괴감에 머리마저 복잡해진다. 어떻게 해야 이 비참한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고민해 보지만 그것을 고민하는 것 자체도 초라하게 느껴진다.
참 신기하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혼자를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이상으로 ‘왜 혼자 지내면 안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혼자 지내는 게 정말 그토록 나쁘고 창피한 일일까? 혼자 있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약속을 만들거나 걸어놓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데이트를 나가서 별로 즐겁지도 않은 시간을 보내면서 남들처럼 했다고 위안 삼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일까? 실은 혼자 있는 것이 비참한 게 아니라 ‘혼자면 비참하다’는 고정관념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