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이 죽었다. 이단아로 전 세계가 다 아는 인물이다. 독재세습에 의한 37년 철권통치의 막을 내린 것이다. 그가 사망한 것은 지난 17일 오전 8시 30분. 국내에 알려진 것은 19일 정오다. 북한측 긴급 뉴스를 통해서다. 51시간 30분이 지난 뒤 외부에 공개한 것. 그 전까지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북한이 아무리 폐쇄국가라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통일외교안보당국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국가정보원, 통일부, 외교통상부, 국방부 등은 왜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아나운서가 검은 옷을 입고 나온 것을 보고서야 낌새를 챘다고 한다. 한심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 정도의 정보력으로 어찌 국가를 운영할 수 있겠는가. 이 기간 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을 탓할 일도 아니다. 정보가 없었으니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했다.
진짜 한심한 게 있다. 북한은 아침부터 특별방송을 내 보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럼에도 우리 당국은 엉뚱한 소리를 했다. 북핵 6자회담이나 우라늄 농축 관련이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마침 이날 칠순 생일을 맞은 이 대통령은 축하 분위기 속에 평상시처럼 보냈다고 한다.
청와대 대변인도 “특별한 것이 파악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 역시 “북한 내 특이동향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열린 국회 상임위에서도 “몰랐다”로 일관했다. 무능의 완결판을 보는 듯 했다.
그러나 민간은 달랐다. 김정일의 사망을 예측했다. 탈북단체 ‘NK지식연대’는 당일 11시 41분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김정일 사망보도를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그 근거로 북한 중앙텔레비전의 거듭된 특별방송 발표 및 방송원의 매우 비통한 어조와 표정을 들었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때를 연상시키는 예고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 그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국가기관의 정보 및 분석력보다 앞선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측도 미리 알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의 한 고위임원은 지난 18일 저녁 몇몇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설이 있다. 그 쪽 분위기는 어떠냐”고 문의를 해 왔다는 것. 삼성이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를 입수했는지는 알 수 없다. 정부 당국은 설령 그것이 설이라 할 지라도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불안한 것은 우리 국민이다. 이런 정부를 어떻게 믿고 따르겠는가. 차제에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해야 한다. 책임자 문책도 하라.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안 될 일이다. 때론 사후약방문도 필요하다.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