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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솔직하게 까발린 올해의 책 '환영'

#2011년 올해의 책 김이설 ‘환영’

연말이다. 사흘 후면 해가 바뀐다. 해가 바뀐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는 다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 힘들어서다. 지쳐서다.

길게 내쉬는 한숨 같은 소설, ‘올해의 책’ 후보작들은 유독 그런 류다. 되도 않는 위로랍시고 더 복장 터지게 하는 설레발보다 톡 까놓고 사는 게 얼마나 힘 든 일인지를 진득 핍진 절절하게 묘사해내는 소설의 힘, 그런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는 건 내 오래된 버릇이기도 하다.

주저 없이 김이설의 ‘환영’을 추어올린다. 앞서의 진술대로 이것은 아픈 이야기이고 아픈 소설이며 단지 문학이 아니라 엄혹한 현실이다.

“김이설의 작품은 환상이나 꿈을 현란하게 요리하거나 내면의 세계를 난해하게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를 정면으로 파고든다”는 말마따나 김이설이 그려내는 현실은 그야말로 도저하다.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장편 ‘나쁜 피’를 2009년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작 4편에 올리며 쟁쟁한 선배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서 크게 주목을 받았던 소설가 김이설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사물의 비밀

“사랑은 잘나서 하는 게 아니라 두 못난이가 가면을 다 던져버리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마주할 때 그때 비로소 사랑은 시작된다.”

이 맞춤법 틀린 문장 하나를 건질 수 있어 좋았다. 영화의 주제이면서 동시에 영화 그 자체라 해도 무방한 문장이기도 하다. ‘사물의 비밀’에서다.

어색한 만남, 빤한 목적을 가진 두 남녀의 애써 에두르는 감정놀이. 오죽했으면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물의 시선마저도 냉소와 연민으로 점철되고 있을까.

그런데 과연 사물의 시선에 비친 인간의 허위와 위악이란 증오와 냉소의 대상이기만 한건가.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 그것이었을 터. 답답하고 한심하지만 결국 사랑이란 그런 과정을 거치고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그때 비로소 싹 트는 것이라고.

‘사물의 비밀’이라지만 실은 ‘사물의 시선에 잡힌 인간의 비밀’을 얘기하는 이 영화는 어쩜 그러한 의도된 전도와 전복을 통해 영화의 새로운 문법을 구사하려 했던 게 아닐까.

/‘유쾌한 420자 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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