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가 결연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물가를 3%대 초반에서 잡겠다”고 했다. 성장보다 물가에 역점을 두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3일 국무회의에서는 ‘품목별 물가 관리 책임실명제 실시’를 지시하기까지 했다. 기획재정부도 복합위험 관리, 일자리 기반 확충과 함께 물가 안정을 올 정책추진의 3대 핵심과제로 꼽았다.
정부의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 전망치는 3.2%다. 지난해 물가가 4.0%나 오른 기저효과에 세계 경기의 둔화세를 감안할 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하지만 악재가 많다. 이란 핵개발을 둘러싸고 미국의 이란 추가 제재법이 발효되면 국제 유가가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아예 이란산 원유 수입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지금보다 유가가 더 오르면 물가엔 치명적이다. 뛰는 전월세값에 기상이변이라는 변수도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불안한 중동 정세나 기상 이변을 정부가 관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지난해 정부의 압력에도 껑충 오른 기름값이나 음식값 등에서 보았듯 물가 안정은 정부의 통제식 관리만으로는 이루기 어렵다. 유통구조 개혁, 경쟁 촉진 등 근본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특히 고환율이 수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입 물가를 올리는 역효과가 있고 저금리 역시 물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환율과 금리 등 거시정책이 같이 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물가 안정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정부의 강한 물가 안정 의지에도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IB)들이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그 때문이다. HSBC는 최근 “한국 정부가 고용창출 중심의 재정부양책을 시행하는 등 팽창적 재정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며 “1분기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물가가 경기 침체 우려에 밀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 재정의 70%, 197조9000억 원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해 돈을 풀겠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고육지책이다. 물가가 걱정되지만 당장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일이 급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쳐 물가를 방치했다는 비난을 샀다. 그렇다고 경기 하방 리스크가 있는 지금 기준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섣불리 금리를 내려 경기 진작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은의 기준 금리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경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