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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어치 사도 텅빈 장바구니

알뜰살뜰 설 차례상 차리기 도전해보니 한숨 102개중 68% 가격 상승 생필품값 고삐 풀려

본지 경제산업팀 안은영기자가 9일 오후 도심의 대형마트 야채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도정환기자 doremi@



노처녀 여기자이지만 이래 봬도 ‘살림하는 여자’다. 설(23일) 명절이 열흘 이상 남았지만 올해는 일찌감치 차례상 차리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10만원을 들고 9일 오후 2시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았다.

먼저 발을 옮긴 곳은 한우 코너. 국거리용 496g이 1만488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오빠 내외에 조카들 몫까지 세 팩을 샀다. 미국산 가격은 팩당 30%나 싼 8300원이다. 설만큼은 한우를 먹자고 다짐하고 옆을 보니, 젊은 주부가 고기 팩을 만지작거리다 미국산을 집어든다.

국거리용 무를 위해 야채 코너에 가보고서야 ‘겨울 무는 산삼’이라던 어머니 말씀이 엉뚱한 의미로 재해석됐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대부분의 작황이 곤두박질쳤던 야채파동이 그대로 전해졌다. 아기 팔뚝만큼 자잘한 무 한 개가 2000원에 육박했다.

시금치 한 단은 3400원, 풋고추 8개를 담은 한 봉지가 2080원이다. 야채 한 줌이 김밥 한 줄과 맞먹는다. 두 봉씩을 사면서 손을 바들바들 떠는 내게 판매원 아주머니가 “젊은 양반이 무슨 엄살이야. 커가는 애들 먹이랴, 시부모 눈치보랴, 아줌마들 속은 벌써 까만데”라며 웃으신다. 잡채, 전과 탕을 위해선 야채를 안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두 손으로 집어 장바구니에 담고는 생선 코너로 향했다.

‘러시아산 동태 한 마리 1800원 특가’라는 글씨에 심봉사처럼 눈이 번쩍 뜨인다. “러시아 산이면 어때! 국물만 잘 내주면 되지, 동태 맛은 거기서 거기”라며 사람들이 집어드는 통에 동태는 금태가 돼 어느새 바닥을 보였다. 가까스로 두 마리를 손에 넣었다.

탕 용 어묵(400g, 3480원)과 잡채용 당면(500g, 5400원) 한 봉지, 나물 무치는 데 쓸 참기름(320㎖, 6950원)과 부침용 쌀눈유(500㎖, 14700원) 한 병씩, 고춧가루 중간 맛(90g, 7000원) 한 봉지, 물엿(700g, 2300원) 한 병을 더 샀다. 고추장(450g, 7150원)도 작은 것으로 한 팩 담았다. 과일과 떡, 생산류는 사지도 않았는데 벌써 10만8180원이 지출됐다.

◆ 물가상승폭 더 커질듯

10일 한국소비자원의 지난해 12월 생필품 가격동향을 보면 시중에서 유통되는 102개 주요 생필품 가운데 전달보다 가격이 오른 품목은 전체의 68%에 달했다. 11월보다 가격이 하락한 품목과 보합세를 보인 품목은 각각 27%와 6%로 전체의 33%가량만이 가격안정 범위에 있었다.

배추, 무 등 신선채소는 작년 추석 이후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11월까지 떨어지던 돼지고기 가격은 12월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당면(4.6%), 어묵(4.1%), 혼합조미료(4.0%), 콜라(3.8%), 양파(3.5%), 발효유(2.7%) 등도 가격 급등 품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원료값이 오르니 잠잠하던 품목들도 언제건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소비자에게 작용하고 이 불안감이 산업 전반에서 실제화될 것”이라며 “특히 설 명절을 앞두고 들쭉날쭉한 물가 상승폭은 계속 이어져 차례상 예산 잡기도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절반에 그친 차례상 장보기, 무르자니 수고가 아깝고 나아가자니 첩첩산중이다. 2012년 보통사람들의 설 직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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