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돈 봉투 사건이 확산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물론 야당 안에서도 같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모른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바짝 엎드려 칼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관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공연한 비밀로 나돌았을 뿐 정작 문제 삼지는 않았었다. 준 쪽이나 받은 쪽 모두 뒤가 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처도 오래되면 곪아 터지는 법.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그 진상이 가려지게 됐다. 검찰 수사가 주목되는 이유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정말 가관이다. 고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300만원을 가져왔기에 되돌려 주었다고 했다. 최대 1000만 원의 돈봉투 살포는 관행이라는 같은 당 조전혁 의원의 폭탄 발언도 있었다. 한나라당 전 윤리위원장인 인명진 목사는 비례대표 공천 비리를 제기했다. 금품 수수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얘기다. 돈으로 당직을 매수하고, 배지를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이 큰 상처를 입더라도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야당 역시 다르지 않다. 야권의 대권주자로도 거론되는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는 금품살포를 직접 본 적도 있고, 경험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되려고 하면 부정한 수단을 쓰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면서 “대의원을 돈으로 지명했던 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에 걸쳐 일어난 일”이라고 폭로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2010년 5월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때도 3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돌렸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여기서 근원적인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당 대표나 원내 대표의 프리미엄이 엄청나기에 그러한 일이 관행처럼 벌어진 듯하다. 경선에서 후보당 2억~3억원은 보통이고 수십억원을 썼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그 비용은 어디서 충당할까. 정치판에서 자기 돈을 쓰는 사람은 극소수다. 나머지는 부정(?)한 거래에 의해 마련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제 칼자루는 검찰이 쥐게 됐다. 우선 검찰에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수사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누가 됐든지 간에 조사해야 한다. 이 사건 관련자들도 검찰 조사에 당당히 응할 필요가 있다. 만약 소환에 불응한다거나 조사를 회피하려 한다면 의혹만 더 키울 것이다. 유 공동대표의 주장이 있는 만큼 야당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를 두고 야당탄압이라고 하면 안 될 말이다. 4월 총선도 3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어쨌든 금품선거는 뿌리 뽑아야 한다. 국회를 해산하는 일이 있더라도 일벌백계하기 바란다.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