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지금 내가 놓인 상황이 싫다, 벗어나고 싶다면서 인생의 변화를 꿈꾼다. 특히 새해를 맞이해서 말이다. 그러나 의외로 구체적인 실천이 힘든 것은, ‘싫다 싫다’하지만 사실은 아주 그렇게 싫어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현재에 놓인 내 상황이 싫으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법. 그렇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지금 그 일이 할 만하다는 얘기다. 모험하는 것보다는 참는 게 쉽기도 하고.
또한 변화가 어려운 것은 ‘내가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가’를 본격적으로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를 꿈 꿀 때는 부담이 없지만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질 때는 심리적 거품을 걷어내고 꿈을 현실로 끌어내리면서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꿈이든 현실이든 저마다의 커리어 스테이지에서는 포기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유기적으로 변해간다. 가령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다가 오랜 꿈을 실현하겠다고 그만두려고 한다면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달콤한 월급이나 ‘전직 00’라는 사회적 지위, 이해관계로 얽혔던 인간관계도 포기해야 한다. 뭘 포기할 수 있을지 아는 것이 내가 일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포기를 너무 서운해 할 것도 없다. 아무리 변해도 사람이 가진 본질적 자산은 어디 안 간다. ‘변화’라는 개념은 전혀 새롭거나 화려하지 않다. 변화는 사실 ‘변하지 않은 것’들, 즉 ‘단단히 다져진 과거’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삶을 변화시킬 시점이 운명적으로 왔다면, 지금 내가 가진 ‘변하지 않을 것’들, 즉 ‘내가 가진 영구보존 가능한 좋은 재료들’이 과연 내 안에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가늠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있다면 변화가 이끄는 방향에 따라 집중-성숙-도전-확장을 거듭하면서 그 좋은 것들을 깊고 넓게 확장시켜 나갈 때, 그제야 비로소 환상이나 망상으로서의 변화가 아닌 현실의 삶에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러니 변화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변화하는 게 아니고, 변화를 하려면 변화를 가능케 할, 이미 기존에 깔아놓은 베이스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