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케이블채널 XTM의 격투기 오디션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 시즌2’의 두 출연자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과거 ‘왕따’의 상처를 딛고 격투기 선수를 꿈꾸는 강성대(21)·권바롬(27)씨는 “학교 폭력의 원인과 해결방법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놀랍게도 출연 지원자 1000여 명 가운데 10% 정도가 학창시절 폭력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은 “어두운 과거를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강씨는 지난해 10월 서울지역 예선, 권씨는 지난 2일 특집 ‘라스트 챌린지’ 편에 출연해 거침 없는 ‘한 방’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0일 역삼동 팀파시와 신사동 태웅회관에서 각각 만난 두 사람은 방송 후 달라진 일상을 전하며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방송에서 미처 밝히지 못했던 과거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낼 때는 표정이 굳어졌다.
둘 다 중학교 시절 심한 구타와 따돌림을 당했다. 피해 내용도 흡사했다. 한 명이 이유도 없이 때렸고, 점점 가해자 수가 늘어나 반 전체가 재미삼아 틈만 나면 구타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덩달아 왕따를 당하게 된 친한 친구들마저 등을 돌리면서 괴로움과 죄책감은 자살로 이어질 뻔했다.
권씨는 “자살 충동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러면 가해자들에게 지고 마는 것이었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만약 그랬다면 얼마나 억울했겠는가”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 가해자 역지사지 마음 가져야
두 사람은 “가해자와 피해자, 학교와 가정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만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가해자에게는 ‘역지사지’로 생각해 볼 것을 권했다. 권씨는 “가해자가 하루아침에 피해자로 바뀌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 그때 가서 후회하면 이미 늦는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의식 변화도 주문했다. “우리도 그랬지만, 왕따를 당하는 데는 본인에게도 이유가 조금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빨리 찾아서 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왕따 피해를 막고 보호 수단을 갖추기 위해 태권도·복싱 체육관으로 몰리고 있는 최근의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일침을 가했다. 심신을 단련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은 좋지만, 자칫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복수로 이어질 경우 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학교와 가정, 당국을 향해 교육환경 개선과 끊임없는 관심을 당부했다. 다양한 방과 후 커리큘럼으로 피해자들이 재미와 보람을 통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누구나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그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자연스럽게 교육한다면 왕따 피해 사례는 조금씩 사라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왕따를 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녀에게는 억지로 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여행과 같은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속내를 파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강씨와 권씨는 “학창시절, 스쳐가는 사건이라고 덮고 넘어가기에는 그 상처가 너무 오래 간다”면서 “지금부터라도 모두가 발벗고 나서야지만 더 큰 사회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 사진/최현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