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는 서너 가지 종류가 있다. 제일 흔한 것이 정치인의 그것. 선거철만 되면 우후죽순처럼 연다. 마치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들의 목적은 얼굴 알리기에 있다. 선거비용을 마련하려는 심산도 아주 없진 않다. 정치인들끼리는 품앗이 개념으로 얼굴을 내민다.
가장 보기 좋은 것은 노(老)교수에게 드리는 논문 증정집. 정년까지 후학을 지도한 뒤 강단을 떠나며 받는다. 제자들이 스승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는 한편 정성도 듬뿍 담는다. 화려하지 않더라도 사제지간의 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논문증정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디지털 시대 탓을 해야 할까.
필자도 2010년 4월 15일 출판기념회를 했다. 작가로서 제2의 인생을 열기 위해 지인들과 조촐한 자리를 가졌다. 2009년 9월 첫 에세이집을 낸 뒤 두 번째 에세이집을 출간하면서 작가의 길을 선언했던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 5권의 에세이집을 냈다. 따라서 그 약속은 지킨 셈이다. 당시 6월 지방선거가 있던 해여서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출마자는 선거 90일 전인 그해 3월까지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초대장을 자주 받는 편이다. 주로 청첩장이 많다. 혼사는 품앗이 개념이 크기에 소중히 보관한다. 행여 간과했다간 낭패를 당하기 쉽다. 그래서 그것을 받자마자 달력에 메모해 둔다. 잊지 않기 위해서다. 출판기념회 초대장도 심심찮게 날아온다. 물론 지인들이 보내온 것이다. 이번에는 여러 통의 초대장을 받았다. 그런데 유쾌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의미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그렇다. 명함 한 번 주고받은 사이인데 초대장이 날아온다. 게다가 바쁜 사람까지 불러 모으는 것은 결례다.
정치인들은 참 얼굴이 두껍다. 출판기념회를 다반사로 한다. 매년 여는 사람이 부지기수고, 1년에 두 번씩 여는 사람도 있다. 지방에 지역구를 둔 의원의 경우 서울에서 한 번, 지방에서 또 한 번 연다. 얼굴을 알리려는 목적이 있다지만 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모금’이 목적인 것이다.
대대적으로 세를 과시하기도 한다. 1만 명이 모였다고 호들갑을 떠는 철면피도 있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 통로로 이용된다.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액수에 제한이 없다. 그 내역을 선관위에 신고할 의무도 없고, 회계 감사도 따로 받지 않는다. 규제의 사각지대로 ‘황금어장’이랄 수 있다.
지금 돈봉투 사건으로 여야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보란 듯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제 출판기념회를 손볼 때가 됐다.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