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6년 전인 1996년 3월에 대만은 총통 직선제를 실시했다. 당시 선거는 양안에 전운을 감돌게 할 만큼 위기 상황에서 치러졌다. 선거 분위기가 대만 독립 쪽으로 흘러가 중국이 미사일 위협을 가하는 등 적극 대처한 탓이었다.
이때 세계 경제는 ‘차이나 리스크’로 출렁거렸다. 그러나 양안은 이를 잘 극복했다. 지금은 주지하다시피 경제 모범 주체로 우뚝 서 있다. 14일 실시된 대만 총통 직선 결과가 나왔다. 교류, 대화를 주창한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이 대만 독립파인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을 가볍게 따돌렸다.
마의 이번 승리로 양안은 천수이볜(陳水扁)의 집권기간 약간 궤도를 벗어나기는 했어도 지난 30여 년 동안 추진한 교류 및 대화 기조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 더불어 차이나 리스크는 영원히 사라지게 됐다. 이런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는 민진당이 재집권을 해도 되돌리기 어렵다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너무 어렵다. 우선 유럽 국가들은 무더기 신용 등급 강등으로 헤매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국제 유가 급등이라는 적색 신호등을 깜빡거리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세계 경제의 호프인 중국이 잘 버텨주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지난 4년 동안 ‘747 공약’만 바라보다 완전 망부석이 돼버린 한국이 아닐까 싶다.
용빼는 재주 없다고 해야 한다. 벌써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온다. 저주도 이런 저주가 없다. 그럼에도 북한과의 극한 대치로 인한 ‘코리아 리스크’는 상존해 있다. 코리아 리스크가 커지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 역시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아쉬운 것은 차이나 리스크처럼 코리아 리스크도 금세기를 전후한 10년의 노력으로 극복 가능했었다는 사실에 있다. 한마디로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를 거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됐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말이 있다. 한국 경제를 고사 직전에서 구하고 세계 경제 주체들에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라도 양안의 교훈에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하지 않을까 보인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