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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윤리적 이상 품은 치국평천하

“중국은 세계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바야흐로 세계 열강은 다른 나라를 멸하는 길을 걷고 있다. 만일 중국이 힘을 키웠을 때 역시 다른 나라를 무너뜨리려고 열강의 제국주의를 배워 같은 길을 걷는다면 그들의 실패한 자취를 뒤쫓을 따름이다.”

손문의 ‘삼민주의’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그 다음은 이렇다. “우리는 오늘, 아직 발전을 이루기 전에 약자를 돕는다는 뜻을 세워두고, 장래에 힘을 키우면 지금 자신이 받는 정치적, 경제적 압박을 떠올려, 그때 약소민족이 같은 고통 속에 놓였음을 보게 된다면 그 제국주의에 맞서야 한다. 이리하여 비로소 치국평천하다.”

당시 중국은 1911년 신해혁명 이후 혼란과 격변, 그리고 외세의 침략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였다. 이러한 처지에서 그는, 훗날 강한 국가가 되면 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치겠다가 아니라 “국가의 국제적 도덕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었다.

지금 중국이 과연 그러한 나라가 되었는지는 더 두고 볼 일이나, 그 의식 내면에 담겨 있는 이와 같은 지향점은 중국의 대국화에 어떤 윤리적 제동이 걸려 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일본의 중국학 대가로 이름을 날렸고 3년 전 타계한 미조구치 유조는 그의 ‘중국의 충격’이라는 저작 속에서 중국의 역사적 변화에 대해 보다 심층적이고 장기적인 문맥을 주목할 것을 요구했다.

미조구치 유조의 논리는 이렇다. “심층의 문맥과 동력은 완만하여 작용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미치는 범위는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다. 이 심층의 문맥에 닿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사 속으로 선입견 없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가능하면 1000년 단위, 최하 300년 단위의 시간 폭으로 그 문맥을 조감하는 것이 좋다.”

손문의 생각도 이런 중국의 긴 역사의 산물이다. 동아시아를 지탱해온 2000년의 중화체제는 서구 제국주의의 패권체제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 중화체제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기의 장구한 역사의 지층 속으로 들어가 오늘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성찰하는 능력이 없는 사회는 경박해진다.

손문이 말한 ‘치국평천하’라는 개념이 흔히들 생각하는 대로 권력지향적 패도(覇道)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도리인 예를 실현하는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생각할 바가 많아진다. 우리는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어떤 윤리적 이상을 품고 있을까?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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