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믿겠지만 나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그간 정치에 별 관심 없이 살아오다가 30 대의 끝자락에 와서야 정치적으로 예민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그것은 어린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미래에 대한 불안, 퇴행하는 민주주의와 심화되는 계층간 격차로 인한 쓰라림 때문일 수 있겠다. 사실 귀 막고 실눈 뜨고 살면 나 몰라라 하며 중간 정도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안전할진 몰라도 자유롭거나 행복하지가 않아 노생큐. 포지션이 상류로 상향 조정되는 건 그다지 원치도 않으니 그냥 조금만 더 사회가 개방되고 수평적이고 덜 경쟁적이고 더 유연해서 대안과 선택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한때는 내 일과 연애문제만 해결되면 깨나 충족되었는데 지금은 내가 놓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들 미흡함과 죄의식을 느낀다. 아쉬운 대로 그 마음을 트위터를 통해 정치나 사회이슈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다른 이들에게 적극 전달(리트윗)함으로서 달래보지만 동시에 시사문제에 관심 가지는 척 위선을 떠는 게 아닐까 반성한다. 궁극의 질문은 이걸로 귀결된다. ‘적어도 난 의롭고 상식적이고 옳은 생각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거짓 포만감에서 몇 보만 더 발걸음을 옮기고 싶은데 대체 어디로 어떻게 걸어나가야 하는 것일까.’
이것은 결코 나름 좀 배운 1970년대생 여자들의 허위의식만은 아닐 것이다. 정치와 사회 문제는 이제 내 일과 육아, 그리고 주변환경과의 공생이라는 사적인 요소와 일상적으로 바로 맞물리게 되었다. 사실 우린 정치인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예민해져야 하는지 짜증도 난다. 하는 수 없다. 그들이 우릴 챙겨줄 거라는 기대가 희박하니 본능적으로 스스로 조바심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역시 자기들끼리 참 바빠 보인다. 다 됐고, 그들에게 많은 걸 안 바랄 테니까, 그 분들 중 누구라도 좀 이 상황에서 우리가 뭘 어떻게 더 실천해야 이 나라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구체적인 지침이라도 줬으면 좋겠다. ‘날 뽑아주면 되거든?’은 이제 못 믿으니까.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