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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정곡(正鵠)을 맞히다

활을 쏘아 맞히는 과녁에는 정곡이 있다. 과녁의 한 가운데를 이르는 말이다. 그러면 왜 정곡이라고 하는가? 정은 ‘바를 정(正)’자이며, 곡은 ‘고니 곡(鵠)’자로서, 과녁에 고니 모양의 가죽을 붙였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높이 나는 이 새를 활로 쏘아 잡을 수 있다면 그건 명사수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이렇게 해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선조 후기 실학사상가 성호(星湖) 이익은 그의 책 ‘성호사설’에서 이 정곡의 뜻을 설명하면서 ‘바를 정’자를 쓴 것은 과녁의 상하 좌우를 바르게 하는 의미를 지녔다고 말한다. 그것은 다시 말해 과녁의 한 복판에 고니를 그려놓은 것을 표적으로 삼게 하고, 활을 들고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이 없는 균형을 갖추게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되는 셈이다.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 활이 제대로 목표를 향해 날아갈리 만무하다.

정곡을 맞힌다는 것은 화살을 쏘는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을 어느 쪽으로도 편향됨이 없이 짚어내고 그 실체를 정확하게 드러낸다는 의미로 진화하게 된다. 그렇다면 정곡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아무리 활 쏘는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엉뚱한 표적을 맞힌다면 그건 문제만 더 커질 뿐이다. 그러니 쏘아야 할 표적에 대해 정확히 아는 일이 먼저다.

‘손자병법’은 전투를 벌이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최고라면서 “최선은 적의 책략과 사고를 공격하는 것이고, 차선은 적의 동맹 체제를 공격하는 것이며, 다음은 적의 군대를 공격하는 것이고 최악은 적의 도시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훗날 손문이 혁명을 일으키면서 마음을 공략하는 “공심(攻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손자의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 마음의 틀을 쏘아 사태의 핵심이 드러나도록 하는 일이다.

영화 ‘부러진 화살’이 개봉 일주일을 넘기면서 관객 100만을 기록했고, 사회적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혹자는 사법부를 정조준 했다고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다. 표적은 사법부가 아니라 사법부의 권력과 권위를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이들이다. 물론 그런 대상은 사법부에만 한하지 않는다. 화살은 부러졌다고 하는데, 정작 영화는 2012년의 최종병기 활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 활이 맞힌 정곡은 이 시대의 어떤 마음과 생각, 또는 책략일까?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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