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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제2의 김택진' 사라진 벤처업계

젊은 인재들 금융권·대기업으로만 몰려 낮은 연봉·잦은 야근 탓에 도전정신 실종

“선배 권유로 생명공학 벤처에 입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비 신부 측에서 밥벌이하기 힘들다며 대기업 행을 요구하더라. ‘이 결혼 다시 생각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와서 결국 벤처를 포기했다. 도전정신은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이 만만치 않다. 대기업에 치이다 못해 파산하는 중소기업이 줄을 잇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서울 명문대 석사 출신의 30대 초반 남성 A씨)

고급 인재들이 벤처기업 대신 금융권이나 대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도전 대신 안정을 택한 고학력 젊은이들이 급증하면서 국내 경제를 주도한 IT산업의 요람이 큰 위기를 맞은 것이다. ‘제2의 김택진’이나 ‘한국의 저커버그’가 나올 가능성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31일 벤처기업협회,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벤처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기술력이 이전보다 많이 약화됐다. 주력 제품에 국내 유일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힌 벤처는 2009년 5~7월 17.9%였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 조사에서는 12.7%로 떨어졌다. 세계 유일의 기술을 보유한 벤처의 비중도 6.7%에서 4.2%로 낮아졌다.

이들 기업의 기술력이 낮아진 것은 고급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대표 중 박사학위 소지자는 2009년 13.0%였지만 지난해 조사에서는 9.4%로 낮아졌다. 석사학위 소지자도 18.7%에서 18.2%로 소폭 떨어졌다. 반면 대졸자와 고졸자는 소폭 증가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고급 두뇌가 대기업이나 금융권으로 가는 것은 당연하다. 2000만 원대의 연봉에 잦은 야근, 기업의 불투명한 미래 등 장점이라 꼽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대기업으로의 인력 유출, 부당 기술 이전과 같은 사례도 적지 않아 부도가 나는 건 시간문제”라고 자조했다.

◆ 사업자금 구하기도 별따기

벤처에 불리한 국내 사업 환경도 문제다. 먼저 사업 자금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들 업체의 숨통이라 할 수 있는 코스닥에 입성하는 사례는 해마다 줄고 있다. 2007년 신규 상장한 벤처기업은 52곳이었지만 2010년에는 33곳으로 줄었다. 전체 벤처의 1.2%만이 코스닥에 올라 있는 상태다. 실패가 많을 수밖에 없는 벤처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국내 투자자의 성향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벤처에 뛰어들었다 사업을 접은 이모(43) 씨는 “창업하며 펀딩을 하기도 어렵지만 한 번 망하면 소문이 퍼져 다시 돈을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중 은행조차 과거 부채를 들먹이며 대출을 해주지 않을뿐더러 빚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연대보증 요구를 서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전 세계에서 펼치고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 육성 프로젝트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구글은 이익의 일부를 벤처에 투자하는 ‘앤젤 펀드’를 운영하고 있고 구글의 산파 역할을 한 미국 스탠퍼드대학 역시 비슷한 솔루션을 운영하면서 벤처 특허료까지 챙기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펀드인 매버릭에서 200억 원을 유치한 김범석 쿠팡 대표는 “기술력, 브랜드 등의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 정부와 대기업, 벤처가 머리를 맞대고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성훈기자 ze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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