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 축구스타 안정환(36)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며 눈물을 쏟았다.
지난달 31일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그는 14년간의 선수생활을 돌아보던 중 수 차례 눈시울을 붉혔다. “오늘이 축구선수로 불리는 마지막날”이라고 어렵게 운을 뗀 뒤 “마음은 2002년인데 몸이 2012년이다. 충분히 뛸 수 있다고 느꼈지만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은퇴 계기를 털어놨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팬들로부터 ‘반지의 제왕’이란 별명과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떠올리며, 축구선수로서 세 차례나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프랑스·독일·일본의 프로리그를 모두 경험하는 영광을 누렸지만, ‘돈의 유혹’에 맞서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더 좋은 리그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팀을 옮길 때마다 금전적인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다. 팀을 너무 자주 옮기는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중학교 시절 당시 대우 로얄즈 선수였던 대한축구협회 김주성 사무총장으로부터 사인을 거절당한 일화를 소개하며 “나도 사인할 수 있는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축구 선수가 된 계기를 소개했다.
또 축구협회가 제안한 은퇴 경기를 거절한 것에 대해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중요한 길목에 있는데 지금 내가 은퇴 경기를 치르는 것은 한국 축구 발전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은퇴를 공식 발표한 안정환은 당분간 미스코리아 출신 아내의 화장품 사업을 도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자 변신 여부에 관해서는 “개인적으로 누구를 지도할 그릇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며 “평소 관심이 많았던 유소년 축구를 통해 한국 축구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