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앞다퉈 이른바 반(反) 대기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두 당이 내놓은 정책은 큰 틀에서는 매우 닮았다. 요체는 ‘경제 민주화’를 통한 복지 확대다. 대기업의 탐욕이 불평등한 경제, 양극화를 부추기는 주된 요인이라는 인식아래 부도덕한 행태에 제동을 걸어 ‘1% 대 99%’의 잘못된 구조를 해소해 양극화를 좁히고 사회 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접근 방식이 다르다. 한나라당은 ‘공정 경제의 실현’에 방점을 찍고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분배 정의’에 주안점을 두고 사전 규제 장치를 도입해 ‘재벌기업의 독점·독식·독주의 3독 경제'를 깨뜨리겠다는 생각이다. 한나라당의 방식이 ‘룰을 제대로 지키라는 것’이라고 한다면 민주통합당은 ‘룰을 새로 만들겠다는 것’인 셈이다.
두 당의 차이점은 이른 바 ‘재벌세’에 대한 인식에서 잘 드러난다. 한나라당은 재벌세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조세 정책은 보편타당성이 있어야 하며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세금은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양극화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과세 표준 3억 원 이상을 신설해 38%의 세율을 매기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부자 증세’를 제한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감세 정책도 철회할 방침이다.
민주통합당은 ‘재벌세’라는 명칭은 거둬들였지만 ‘보편적 복지’를 위해 ‘부자 증세’는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인세 최고구간 신설 등 재벌 관련 세제의 강화 방침을 공약으로 내놨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경우도 민주통합당은 부활을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상위 재벌 기업에는 별 효과가 없다며 시큰둥하다. 대신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한 제도의 보완을 준비 중이다.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근절, 중소기업 적합업종 침해 규제 등에 대해서는 두 당이 대체로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재계는 불만이 많다. 안팎으로 여건이 어려운 판에 투자와 고용, 신성장동력 발굴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항변이다. 하지만 재벌가 2·3세의 빵집 경영,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편법 상속, 담합 등의 구태를 감안할 때 정치권의 행태가 선거를 의식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화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 볼멘소리를 할 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더 큰 매를 맞기 전에 스스로 먼저 변화하는 게 바람직한 선택일 것이다. /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