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60년 만에 한 번 오는 ‘흑룡의 해’라고 한껏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벌써부터 국내외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진짜 우울하다.
무엇보다 한국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유럽의 재정, 금융 위기가 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이 유럽 지원 의사를 표한 것이 약간의 위안거리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런 위안도 그 다음 소식을 들으면 바로 사라진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중남미를 덮칠 것이라는 경보음이 울린 것이다. 그것도 국제통화기금(IMF)의 에이자기레 미주국장이 입을 열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웃 일본 소식은 더 모골을 송연하게 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0%를 웃도는 상황이 결국 일본의 신용 강등을 불러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에서만큼은 순망치한인 한·일 관계에 비춰보면 끔찍한 전망이라고 해야 한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식은땀마저 난다. 우선 실업률 3.1% 발표에도 무색하게 나이를 막론한 백수들이 전국에 넘쳐나고 있다. 또 1월에 적자를 본 무역수지는 호전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이 와중에 건설, 해운, 조선 분야의 수많은 중견기업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정도면 경제가 굴러가는 게 신통하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경제가 불안하면 외교, 안보 역시 튼튼하기 어렵다. 전 지구촌의 시각으로 볼 때도 마찬가지다. 1, 2차 세계 대전은 당시 지구촌 경제가 그럭저럭 굴러갔다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중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셰궈중(謝國忠)은 최근 전 세계에 만연해 있는 모든 거품이 올해에 동시다발로 터질 것이라는 전망을 한 바 있다. 그렇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진다. 어느 한 지역이 아니라 전 지구촌이 외교, 안보 불안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연히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꿀벌 멸종 가설을 통해 아인슈타인도 제기했다는 황당한 2012년 지구 멸망설을 마냥 비웃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