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위기라고들 한다.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대에 머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 속에 중장기 성장도 낙관적이지 않다. 지금까지는 제조업 중심의 ‘추격형(catch up)’ 성장전략으로 고도성장을 구가해 왔지만 이제 그 전략도 한계에 이른데다 인적자원의 질적 저하, 생산성 부진 등의 덫에 걸려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그제 ‘한국경제의 재조명’ 토론회에서 우리경제의 중장기 성장전망이 낙관적이지 못하다고 밝혔다. 선진국 경기 침체의 여파로 국내 경기 회복세가 둔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노동인구 감소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월 무역수지가 2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을 계기로 성장과 물가, 국제수지가 동시에 악화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양질의 인적자원 부족, 낮은 서비스업 생산성, 낙후된 중소기업, 양극화 등이 경제를 옥죄는 덫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질 높은 인적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대학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59개국 중 39위에 불과하다. 노동시장과의 연계도 미흡해 대졸자 가운데 일하지도 않고 교육이나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이른 바 NEET족 비중이 2005년 기준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편이다.
탈(脫) 제조업 이후의 성장을 주도해 나가야 할 중심축인 서비스산업의 경우 도소매업이나 음식업, 숙박업 같은 저부가가치 업종으로만 인력이 몰리면서 생산성이 낮은 점도 걸림돌이다. 중소기업 역시 영세한 곳들이 많아 대기업에 치이는 등으로 양적, 질적으로 제대로 된 성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도 우리 경제에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사회통합을 해치는 양극화도 악재다.
활로는 없는가. KDI는 생산성과 혁신능력 향상을 위해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인적자원의 질을 높이는 게 급하다고 했다. 낙후된 서비스업을 고부가치산업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소기업은 보호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생산성 높은 중소기업이 덩치를 키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는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대안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가 귀담아듣고 실천에 옮겨야 할 고언들이다. /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