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인 아키히토 일왕의 건강에 이상징후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지병인 기관지염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일왕은 11일에는 심장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 일왕의 둘째 아들인 아키시노노미야 왕자가 주장했던 일왕 정년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궁내청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은 심장의 근육에 산소나 영양을 보내는 관동맥에 이상 기류가 발견돼 11일 도쿄대학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X선 촬영 등으로 혈액의 흐름을 세밀하게 조사했다. 이날 병원에서 하루 묵은 일왕은 의료진과 상의한 뒤 향후 치료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일왕은 지난해 11월 기관지 폐렴으로 18일간 병원에 입원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 2002년 전립선암이 발견돼 이듬해 초 제거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 2월에는 도쿄대병원 심장 검사에서 동맥경화 증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일왕의 건강에 이상징후가 나타나자 둘째아들인 아키시노노미야 (46)왕자는 지난해 11월 일정한 나이가 되면 왕이 공무에서 손을 떼는 ‘정년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혀 논란에 휩싸였다.
왕위 계승 서열 2위의 왕자가 아버지의 조기 퇴위를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아키시노노미야 왕자는 “사람은 일정한 나이를 지나면 점점 여러 일을 하기가 어려워진다”면서 “연령으로 (공무 정년의) 기준을 정하는 것을 포함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도 에도시대 이전에는 왕이 후계자에게 왕위를 넘기고 ‘상왕’이 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왕실 전범은 종신 왕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과 왕실 안에서는 일왕의 최근 입원을 계기로 어떤 형태로든 연로한 왕의 공무에 대한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의 건강이 악화된 것도 지난해 여름 동일본 대지진 피해 현장을 잇따라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하는 등 격무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아키시노노미야 왕자는 나루히토 왕세자의 동생으로 왕위 계승 서열 2위의 왕자이며 아키히토 일왕의 유일한 손자로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히사히토(5)의 아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