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中國)은 영어로 ‘중간에 있는 왕국’이라는 뜻으로 ‘미들 킹덤(Middle Kingdom)’으로 번역되기도 한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때 ‘중간’이란 사방의 이민족에 둘러싸여 있는 나라의 위치를 보여준다. 그런데 ‘중국’이라는 단어는 그런 지리적 좌표를 넘어서서 ‘중심이 되는 나라’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한족(漢族)이 자신의 나라를 이렇게 인식한 것은 주변에 존재하는 나라와 민족들 한 가운데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서도 주도권을 가진 국가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중국의 사방에 걸쳐 존재하는 비한족(非漢族) 종족을 오랑캐로 낮추어 부르는 이름으로 남만(南蠻), 북적(北狄), 서융(西戎), 동이(東夷)라는 단어가 생겨난 것도 다 그런 세계관의 결과라고 하겠다.
그런데 중국의 역사에서 한족만이 중국을 지배하고 통일제국을 건설한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비한족 계열이 중국의 중심에 들어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경우가 적지 않다. 차이나, 즉 ‘진나라’라는 뜻의 ‘진+아(Chin+a)’의 뿌리가 된 진(秦)도 사실은 중원에서 발흥한 나라가 아니라 서쪽의 융(戎)과 융합한 종족의 제국건설이었다. 이후 중국의 근본이 되는 나라 한(漢)도 북쪽의 흉노와 치열한 대결과 교류의 과정을 거쳤고, 유사한 계열인 유목기마민족인 선비(鮮卑), 돌궐족 등은 중국 북방의 일부를 차지해서 중국사의 내용을 채워나갔다.
요(遼)를 세운 거란, 금(金)의 여진, 원(元)의 몽골, 청(淸)의 만주족도 비한족의 지배 국가였다. 그런데 이들은 거의 대부분 오늘날 동북삼성이라고 부르는 요동(遼東)지역출신의 세력으로 여기에는 고조선과 고구려까지 포함된다. 아닌 게 아니라 원나라에서 명을 잠시 거쳐 청으로 끝난 전통 중국의 역사는 그 중심이 요동 쪽으로 쏠린다. 중국의 수도가 북경인 것도 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다. 요동은 중원의 한족에게 잇몸과 이의 관계인 순망치한(脣亡齒寒)이었다. 만주가 일본에게 점령당하면서 중국은 무너져 내렸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이러한 구조는 변했다고 하지만, 오늘날 중국의 현실은 다시 그 요동이 중요한 시기에 진입하고 있다. 동북부 지역과 연결된 한반도는 이를테면 ‘요동국가’인데, 미국과 중국이 맞붙어 있는 중간핵이다. 중국이 중심이 아니라 요동이 중심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의 세계관은 사뭇 달라질 것이다.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