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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일본화제] 밸런타인데이만 되면 우울해지는 일본 어머니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들끼리 선물하는 ‘도모초코’ 유행 초콜릿 주고받기 여부 따라 친구관계 · 왕따 형성 우려

연중 캘린더를 보면 각종 기념일이 즐비하다. 해가 갈수록 기념일로 차지하는 공간이 늘어난다. 기념일은 저마다 정해진 이유가 있다. 특히 역사와 관련된 기념일에는 되새기거나 명심해야할 참뜻이 숨어 있다. 그러나 해가 거듭될수록 기념일의 참뜻은 간데 없고 ‘선물 부담’이라는 본말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를 흔하게 접한다.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여자 어린이를 둔 일본의 학부모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머리를 싸매는 이유가 낯설다. 여자 친구끼리 주고 받는 초콜릿 선물 때문이란다.

2000년대 들어 일본 중고 여학생들 사이에 유행한 일명 ‘도모초코(友チョコ)’가 초등학교 여학생들에게까지 확산된 것이다. ‘도모초코’는 여자들이 이성이 아니라 동성끼리 주고 받는 초콜릿을 일컫는다.

도쿄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 여성(45)의 초등학교 6학년생 딸은 지난해 여자친구 15명에게 직접 만든 ‘도모초코’를 선물했다. 학교에 가져올 수 없다는 규칙이 있었지만 교실에서 친구들과 교환했다. 부모가 엄한 친구에게는 학교에서 주지않고 일부러 집으로 보내줬다.

이 여성은 “여자애들끼리 교환하는 도모초코는 ‘받을 수 있을지 받을 수 없을지’로 인간관계가 나타나 버린다. 생일날 ‘부를지 부르지 않을지’와 유사하다. 아이들 사이에는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일본의 한 유명 교육정보사이트에는 몇 년전부터 도모초코와 관련한 어머니들의 게시물이 대거 올라왔다. ‘밸런타인데이만 되면 우울해진다. 답례품으로 준비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만드는 일도 그렇고 금전적으로도 그렇고 상당한 부담이다’ 같은 하소연들이다.

이 교육정보사이트가 지난해 2월 회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여자 초등학생을 둔 어머니 1300명 중 6할이 ‘아이가 초콜릿을 주거나 받거나 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일본의 사이트가 지난해 12월 전국 초등학교 여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조사(복수답변)를 한 결과, 딸이 가장 많이 초콜릿을 주는 상대는 78%인 부모에 이어 ‘여자친구’가 71%로 그다음 많았다.

이같은 현상과 관련해 일본의 한 교육평론가는 “아이들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도모초코의 확산세를 고려하면 부모가 일방적으로 금지하기 어렵다. 초등학생, 특히 여자 어린이는 편지와 선물로 동료의식을 확인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받지 못하는 아이는 어떤 기분일까’ ‘그 아이에게도 줄까’ 식으로 물으며 다른 아이들에 대한 배려심을 키워줘야 한다”면서 “밸런타인데이의 배경에는 초콜릿 업계의 전략도 숨어 있다고 설명하고 이벤트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초콜릿 선물 집착…밸런타인데이 참뜻과 ‘본말전도’

밸런타인데이의 풍경은 ‘참뜻’과 ‘선물’의 중요성이 뒤바뀌는 본말전도의 사회적인 현상을 잘 보여준다.

밸런타인데이의 기원은 여러 가지 있지만 3세기경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 밸런타인 주교가 남자들을 더 많이 입대시키기 위해 결혼을 금지시킨 황제의 명령을 어기고 군인들의 혼배성사를 집전했다가 순교한 날인 2월 14일을 기념하기 위한 축일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유럽에서는 14세기경부터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풍습이 시작됐다고 한다.

초콜릿을 주는 풍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지만 지금도 서양에서는 선물이 초콜릿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여성만이 사랑을 고백하는 날도 아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남성이 여성에게 고백을 하기도 하고, 남편이 아내에게 꽃다발도 준다. 이탈리아에서는 남녀가 선물을 교환하고, 멕시코에서는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의 집에서 창문너머로 사랑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밸런타인데이가 여성만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로 인식된 것은 1900년대 중반이후 일본 초콜릿 회사의 집요한 상술에서 비롯됐다. /류수근 논설위원 ryusk@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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