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저녁 뉴욕에 사는 지인이 갑자기 전화를 했다. 대뜸 "야, 이 환호성 소리 들리냐. 뉴욕 완전히 뒤접어졌어"라는 말을 전했다. 그날 미국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에서 뉴욕 자이언츠가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자 뉴욕은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였다.
그런 뉴욕에 연이어 대박이 났다. 미식 축구 시즌이 끝나자마자 재개된 프로농구에서 제러미 린(뉴욕 닉스)이란 복덩이가 다시 굴러들어온 것이다. 지난 주 미국은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제러미 린에 홀렸다. 그이 이름 린(LIN)에 광기(INSANITY)를 합친 '린새너터니'란 말은 이제 동네 꼬마들도 다 안다. 실제 경기장 분위기는 훨씬 뜨겁다. 팬들은 '린델레라' '슈퍼 린텐도' 'LIN; Legend In Newyork (린, 뉴욕의 전설)' 등등의 응원 구호를 들고 경기장으로 몰려나온다. 지난 1·5일 백악관 대변인도 "오늘 대통령도 아침에 계속 린 얘기를 했다"고 브리핑했을 정도다.
그런데 왜 이렇게 열광할까. 처음엔 호기심에 가까웠다. 그는 현재 NBA의 유일한 아시안 선수다. 게다가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일단 NBA 코트에서 눈에 확 띠는 요소를 갖췄다. 처음 몇 경기에서 활약을 펼칠 때만해도 '아시아계 반짝 스타'란 시선이 깔려있었단 게 사실이다.
그런데 제러미 린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의 진짜 인기 비결은 '배짱과 실력'이었다. 자신의 땀으로 시샘과 편견을 하나씩 넘어서자 미국민 전체가 더욱 열광하는 것이다.
첫 관문은 지난 11일 현존하는 NBA 최고 스타 플레이어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와의 맞대결이었다. 린은 38득점, 7어시스트로, 34득점에 그친 코비에 완승을 거뒀다.
13일에는 유명 복서 메이웨더가 린이 아시아계이기 때문에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트위터를 날려 견제에 나섰다. 린은 곧바로 다음 날 열린 토론토 랩터스와의 경기에서 1초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의 3점짜리 버저 비터를 터뜨렸다. 이후 메이웨더의 발언은 완전히 묻혔다.
물론 앞으로 린은 집중 견제도 받고 슬럼프에도 빠질 수 있다. 최근 스포츠 전문 채널 ESPN 특집에선 '린을막는 방법'을 집중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대해 해설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처음에 실수가 잦았다. 그런데 자신의 실수를 극복해가는 속도가 놀랍다. 린이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린은 이제 '아시안'이라는 꼬리표 없이 자신의 힘으로 NBA스타라는 성공신화를 써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