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프로배구 KEPCO의 레프트 박준범(24·불구속)은 대학시절인 2007년부터 지금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해 왔다. 한국 배구 최고의 유망주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같은 해 월드리그 국제대회 때 주전으로 뛰었다.
그는 2010년 입단해 신인왕을 수상하고, 2011~2012 시즌에는 한국배구연맹(KOVO)이 팬투표를 통해 뽑은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같은 팀의 임시형(27·불구속)은 2007년 신인왕을 수상한데 이어 2009년 국가대표로 월드리그에 출전했다. 다양한 테크닉을 구사해 팬들을 몰고 다니던 유망주다.
지난해 룸메이트였던 이들은 돈을 받고 승부 조작에 가담하는 대가로 경기중 결정적인 순간에 의도적으로 리시브를 잘못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공격하기, 정상적인 공격이 어렵도록 토스하기 등의 수법을 동원했다고 시인했다.
박준범은 브로커로부터 1300만원을, 임시형은 1200만원을 받았다고 검찰조사에서 밝혔다.
KEPCO의 전직 선수 정모(32·구속)씨도 팀에서 레프트 공격수로 주포 역할을 했다. 정씨는 승부조작으로 추정되는 2010년 3월 9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 때 혼자서 무려 3개의 범실을 저질렀다. 이 경기에서 KEPCO는 한 세트에서 상대팀이 저지른 범실(4개)의 2배에 해당하는 8개의 범실을 쏟아냈다. 같은 팀의 전직 선수인 염모(30·구속)씨도 팀에서 수비를 전담하는 리베로 포지션을 맡아 주전으로 뛰다 은퇴했다.
이들 외에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C, S, Y, K, H 등도 모두 팀내 주전급이다.
브로커는 경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세터·리베로·레프트를 '패키지'로 포섭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라이트 공격수는 대부분 외국인 용병이 맡고 있어 브로커의 포섭 대상이 아니었다.
KEPCO와 상무는 최하위 팀이다. 따라서 브로커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는 '언더오버 20점'으로 도박게임을 개설하고, 베팅 참여자들은 언더(20점 미만), 오버(20점 이상) 중 한쪽에 돈을 건다. 패한 점수 차이가 20점을 못 미치느냐, 넘기느냐를 놓고 도박을 하는 방식이다.
브로커는 최대 5000만원까지만 베팅을 했다. 너무 큰 금액을 베팅했다가 승부조작이 탄로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베팅의 배당금 중 300만~500만원을 선수들에게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