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 80년대 후반 미 교육부는 자국민 1만여 명을 상대로 설문 하나를 실시했다. 첫 번째 설문은 과연 미국을 세계 최강대국으로 생각하느냐의 여부였다. 이에 대한 미국인들의 대답은 분명했다. "아직은 그렇다."였다. 다음 설문은 언제 미국의 시대에 조종이 울린 것인가였다. 이 설문에 대한 대답도 확실했다. 최소한 한 세대는 간다는 것이었다. 즉 30년 후인 2020년까지는 그래도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당시 설문 결과는 맞아 들어가는 것 같다. 미국이 아직 세계 최강대국으로 군림할 기간이 10년은 남았음에도 힘이 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량 살상무기 개발 움직임을 보이는 이란에 대한 최근의 어정쩡한 반응을 보면 정말 그렇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과거 같으면 당장 요절을 낼 움직임을 보였을 터이나 요즘은 완전히 다르다. 이란의 행동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말이 도저히 진심으로 들리지 않는다. 대선이 치러지는 11월 이전까지는 행동으로 옮겨질 것 같지도 않다. 오죽했으면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시설을 먼저 폭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을까?
확실히 미국이 힘이 빠진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얘기는 다소 달라진다. 2011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GDP는 15조 달러에 이른다. 이는 한중일 3국을 다 합친 것보다도 더 많다. 세계 500대 기업의 수를 따져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국방력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중국만이 달랑 하나 가지고 있는 항공모함을 11척이나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힘이 빠진 듯 보이는 것은 엄청난 빚 때문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재정 적자 감축에 성공한다면 현재 실력으로 볼 때 미국이 팍스 아메리카나에 다시 눈독을 돌릴 가능성이 전혀 없지도 않다. 솔직히 안타까운 말일지는 몰라도 이게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해서는 좋을 수 있다. 세계의 화약고인 한반도의 입장에서도 분명히 그렇다고 해야 한다. 더구나 유일하게 미국을 대체할 능력을 가진 중국은 아직 검증조차 되지 않았다. 미국이 한 세대가 아니라 최소한 3대는 가는 부자가 돼야 하는 이유는 이처럼 굳이 멀리에서 찾을 필요도 없지 않나 싶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