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철학과 신학, 그리고 역사학을 비롯해서 클래식 음악과 예술적 건축의 유산 등을 남겼다면, 미국은 자동차를 만들고 인터넷과 아이폰을 발명했다. 물론 미국은 전구를 비롯해서 타이프와 TV 그리고 냉장고를 비롯해서 온갖 의료기구들을 제작했고 이런 것들은 인류의 생활을 엄청나게 바꿔 놓았다.
고대 페니키아 인들은 항해기술과 알파벳을 그리스인들에게 넘겨줬고 그리스인들은 문학과 철학의 뿌리를 내려 유럽의 토대를 만들었다. 로마는 법과 도로를 만들었고 거대한 제국이 되어 서구 문명의 용광로가 됐으며 고대 이스라엘은 유대교와 기독교를, 중세 아랍은 이슬람교를 만들어 냈다. 또한 고대 그리스 문명을 잘 간직해서 유럽과 공유하여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데 일조했다.
이집트와 페르시아는 고대문명의 원형을 인류에게 제시했으며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끌려갔던 이들은 재즈와 블루스, 그리고 힙합 대중문화를 일구어냈다. 세계적 흥행을 이끌어 내는 영화와 뮤지컬은 미국산이며, 스시와 사시미는 일본의 독보적인 수출품이다.
한편 유럽의 근대를 이끌어 낸 3대 발명품인 종이, 화약, 나침반은 모두 중국에서 건너간 것이며, 그 중국은 유교와 함께 인류문명의 고전적 저작들을 남겼다. 본고장에서는 거의 소멸했지만 동아시아의 정신세계를 압도한 불교는 힌두교 인도의 산물이며, 수학과 아라비아 숫자로 불린 오늘의 숫자체계를 비롯해서 요가를 창시했다.
특히 요가는 오늘날 전 세계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키면서 삶의 자세, 몸의 자세, 그리고 건강까지 챙겨주는 운동이 되었다. 중국이 무술 위주의 전통을 자랑한다면, 인도는 자기 몸 수련에 집중하는 격이다. 끊임없는 전쟁을 추구했던 춘추전국 시대를 거친 나라와, 종교적 차원에서 정신과 몸의 일치를 고민했던 나라의 차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몇 가지만 추려 봐도, 세계 여러 나라와 민족, 또는 사회가 만든 인류의 자산으로서 자격을 갖춘 발명품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결국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린 대체 인류 공동의 자산이 될 만 한 그 무엇을 발명했는가? 더 나아가서 정신적 차원에서 우리가 인류문명에 기여한 바는 무엇일까?
우리로 말미암아 인류가 덕 보게 되는 그 무엇이 없으면서 잘난 척 하고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우물 안의 개구리다. 우물 밖은 너무도 넓다.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