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걱정되는군요." 얼마 전 미국 애리조나 캠프를 마치고 일본 오키나와 실전 캠프에 나서는 선동렬 KIA 감독과 잠깐 통화를 했다. 그의 한숨에는 소방수 후보 김진우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었다. 아직 믿음직한 소방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김진우는 애리조나 캠프에서 두산과의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9회 등판해 1이닝 동안 6점을 내줬다. 폭투를 5개나 기록했다는 점이 눈에 거슬린다. 선 감독은 소방수로 생각하고 마지막 투수로 내보냈지만 제구력이 유난히 흔들렸다.
애초 김진우는 제구력이 좋은 투수는 아니었다. 2002년 신인 시절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김성한 감독은 김진우를 소방수로 기용했다. 하지만 제구력 난조를 드러내 실패했고, 2승3패로 역전패한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이후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까지 거론될 정도로 제구력이 좋지 않았다.
선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소방수 후보로 김진우를 거론한 것은 가능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부임과 함께 가을 마무리 캠프부터 애정을 쏟았고, 원할한 하체 이동과 무리 없는 투구폼으로 바꾸었다. 김진우의 의욕도 남달라 애리조나 캠프를 거치며 구위가 좋아졌다. 그러나 막상 실전에서 우려감을 드러낸 것이다.
선 감독으로선 김진우의 어깨에 많은 것이 걸려 있다. 만일 김진우가 소방수로 실패한다면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다. 팔꿈치 통증이 재발한 한기주의 소방수 재기용 가능성은 지켜봐야 한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는 선발요원이다. 소방수로 내세울만한 다른 투수도 딱히 없다.
이런 점에서 오키나와 실전 캠프에서 관전포인트는 단연 김진우의 행보다. 선 감독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투수의 자신감은 감독의 신뢰가 필요하지만 스스로 마운드에서 얻어야 한다. 이제부터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OSEN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