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관객들이 뜨끔해 하겠다. 남자 연애심리 보고서같은 '러브픽션'을 보면 말이다.
남자들의 이기적인 연애 심리가 여자 관객들이 선호하는 로맨틱 코미디로 그려졌다. 그러나 이색적이게도 연인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묘한 영화다.
글이 막힌 소설가 구주월(하정우)은 베를린국제영화제 파티에서 만난 영화 수입사 직원 이희진(공효진)을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구월주의 열정적인 고백 끝에 둘의 행복한 연애가 시작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구주월은 이희진의 겨드랑이털까지 사랑했지만, 점차 상대와 관련된 궁금증이 커지고 수상한 제보가 들어오면서 조금씩 사랑에 심드렁해진다.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속 명대사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를 굳이 예로 들지 않아도 영원한 사랑은 없다. 지속되는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특히 바람기가 다분한 남자들은 '냄비같은' 사랑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 영화을 보는 맛은 그런 남자들의 정형을 보여주는데 있다. 구주월은 사랑에 금세 빠져 잠시 행복한 연애를 하지만 콩깍지가 벗겨지는 순간 이희주의 단점이 하나둘 보이고, 그것이 침소봉대되면서 싫증내고 결국 헤어진다.
이희주는 구주월을 받아주고 사랑하고 그러다 차인 게 전부다. 이러니 영화를 보고난 후 남친을 보는 여자의 눈초리가 곱지 않을 것이 뻔하다.
재치 넘치는 '삼거리 극장'을 데뷔작으로 내놓았던 전계수 감독은 변화무쌍, 촌철살인 같은 위트 넘치는 대사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구월주가 이희진에게 보낸 러브레터는 '방자전' 같은 느낌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팜므파탈과 마초 형사의 로맨스를 다룬 70년대 느낌의 극중 액자영화는 본 이야기와 조화를 이루면서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속사포처럼 대사를 쏟아내는 하정우와 세련된 도시녀를 연기한 공효진의 연기 호흡도 좋다.
모두가 재미있어하고 웃는 로맨틱 코미디다. 바람기 있는 남자들에겐 뭔가 찔리는 영화다.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이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