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이 이렇게 높은 것도 모두 오바마 대통령 때문이다."
최근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연일 치솟자 그 불씨가 정치권으로 옮겨붙고 있다. 올해 말 미국 대선을 앞두고 야당인 공화당과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이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리더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최근 소속 의원들에게 지역구 방문시 비싼 휘발유 가격을 쟁점화하라고 주문했다. 비싼 유가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만을 오바마 정부에 반감으로 연결시키자는 취지다.
이같은 호재를 야당의 대선 주자들도 놓칠 리 없다. 깅 리치 전 하원의장은 최근 LA를 방문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2달러에 불과했던 휘발유 가격이 (캘리포니아에서) 4달러까지 올랐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세금도 조정하고 규제도 완화시켜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공언했다.
릭 센토럼 전 상원의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민주당이 높은 에너지 가격을 원하고 있다"면서 "낮은 에너지 가격 정책을 추진할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내 유가는 연일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23일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 (3.78 리터)당 3.61달러로 올해 들어서만 10% 이상 상승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초기 평균 가격이 1.89달러였다.
치솟는 유가는 오바마 대통령이나 행정부엔 분명 대형 악재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을 겨냥한 정치공세엔 정면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는 최근 마이애미 대학 강연에서 공화당의 공격에 대해선 "터무니없고 용납할 수 없는 주장들"이라고 일축했다. 한술 더 떠서 자신의 청정에너지 집중 개발 공약의 필요성이 입증됐다며 반격에 나섰다.
현지 언론들은 이같은 정치공방엔 아직 덤덤한 편이다. 불안한 중동 정세 등 치솟는 유가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 더 치중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북해나 중동산 원유를 처리하던 정유공장들이 속속 채산성 악화로 가동을 중지하면서 미국 내 유가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의 해에 높은 물가를 반길 국민이나 유권자는 없다. 평균 휘발유 가격이 4달러를 넘어서면 유가를 둘러싼 책임공방은 한층 뜨겁게 전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