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홍길 대장(맨 앞)이 등산객들과 담소를 나누며 걷고 있다.
■ 롯데호텔 제주 '한라산 등반 패키지' 체험
"다들 아이젠 하셨죠? 슬슬 출발해봅시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고봉 16좌를 등정한 '산 사나이' 엄홍길 대장이 제주도 한라산에 나타났다. 최근 롯데호텔 제주가 주최한 '한라산 등반 패키지'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엄대장과 발을 맞춘 참가자는 70여명. 코스는 어리목~윗세오름~영실로 이어지는 구간으로 잡았다.
어리목 탐방안내소를 출발하자 눈이 시리게 새하얀 눈꽃 터널이 펼쳐졌다. 모두들 환상적인 설경에 취했는지 말이 없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만이 눈길을 따라 구른다.
"엄대장님, 조금만 쉬었다가요." 이내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엄대장은 흘긋 뒤를 돌아보다 잠시 멈췄다. "이 등산로는 한라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코스입니다. 힘들다고 땅만 보지 말고 풍경도 감상하세요."
'헉헉'대며 엄대장 뒤를 쫓은지 한시간 쯤 지났을까. 사제비 동산에 도착했다. 시원하게 펼쳐진 평지에는 서둘러 온 따뜻한 봄 햇살이 납작 엎드려있었다. 이어 만세동산으로 가는 완만한 돌길. 눈 구름을 옆에 끼고 한참을 걷다 뒤를 돌아보니 수많은 오름과 수평선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둘러싼다.
영실로 향하는 길은 조금은 조심스럽다. '신들이 사는 곳'이란 뜻의 영실 코스는 이름 그대로 신령스러운 분위기다. 우뚝 솟은 기암 절벽이 두툼한 눈옷을 뒤집어 쓰고 있었지만 영험함이 느껴졌다. 급경사의 내리막을 타고 조심조심 발을 떼자 푸르스름한 바다가 두 눈에 꽂힌다.
엄대장은 한참을 서서 멀리 내다봤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구분이 안가네요. 이 경이로운 풍경 때문에 한라산을 오르게 됩니다."
눈꽃 옷을 입는 나무를 따라 굽이굽이 내려오니 산길의 끝자락이 보인다. 오후 4시 쯤 도착한 영실 탐방 안내소. 엄대장과 동행을 마친 등산객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
제주엔 벌써 봄바람이 일렁이고 있지만 한라산의 눈꽃 풍경은 3월까지도 관광객들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