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탈북했다가 붙잡혀 북송될 때에는 고향이기 때문에 설마했는데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당했다. 이후 살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남한행을 결심하게 됐다. 딸이 대한민국 상표가 붙어 있는 가방을 가져가자 '한국 사람을 만났다'고 종합지도원이 주먹으로 때려 앞니가 두 개나 부러졌다. 임신 6개월 된 여성의 배를 '중국 씨를 받아 왔다'며 군홧발로 차는 것도 봤다."
어느 탈북자의 증언이다. "짐승만도 못한 고문의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탈북자 문제가 심각하다. 그런데도 국제사회는 물론 한국도 외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태도가 모호하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도 원론적인 얘기만 거듭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내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 문제를 강도높게 제기하며 중국측을 압박했다. 중국이 탈북자에 대한 인도적 고려, 국제법상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에 따라 이들을 송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쇠기에 경읽기였다.
양부장은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과 이명박 대통령을 잇따라 만났다. 하지만 그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중국은 탈북자 문제를 국제법과 국내법, 인도주의에 따라 처리해 왔다. 이 문제가 국제화, 정치화, 난민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 대통령의 생각을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전달하겠다"고 핵심을 비켜갔다.
정부는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때 후진타오 주석에게 이 문제를 거듭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을 더 밀어붙여보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어 예단할 수 없다. 한중 수교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중국측이 최소한의 성의 표시는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우리 당국자들의 기대다.
문제가 정말 심각한 데도 정치권은 나몰라라 한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만이 몸을 던져 이슈화하고 있다. 탈북자 북송반대를 외치며 단식농성을 하다가 11일째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전 세계가 박 의원의 행동에 관심을 보였다.
"지금 국회는 다 총선에 정신이 팔려 탈북자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내가 이렇게 밖으로 나왔겠어요." 박 의원의 이유 있는 항변이다.
박 의원이 실려가던 지난 2일 탈북자 4명이 또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고 한다. 탈북자의 대모(代母)답게 그는 이들을 더 걱정했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이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탈북자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자.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