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앵그리버드'(Angry Birds)로 시끄러웠다.
앵그리버드는 청소년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인데, 경찰청이 이 게임의 캐릭터를 학교폭력 근절·예방 홍보 캐릭터로 삼겠다고 발표한 것이 화근이었다. 게임으로 학교폭력을 일으키는 청소년에게 게임 캐릭터를 앞세워 계도하겠다는 것이니 어불성설, 자가당착도 이만하면 '일진' 수준이다.
앵그리버드는 자본주의가 1% 시민을 위한 경제체제로 되는 것에 불만을 가진 99%의 마음 속 형상이다. 그리고 현실이다. 자신을 소외시키고 위태롭게 만드는 사회에, 타인에 직선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대리인격이다.
다만 상대에게, 상황에게, 사회에게 드러내는 언행의 기본이 '울컥' '버럭'이란 점은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과 화를 내는 행위를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의 대화 트렌드는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 우회적으로 얘기하거나 감정을 순화시켜 전달하는 것은 시간낭비며 전달력에서 수준미달인 것으로 치부된다.
뿐만 아니라 언쟁이 가열돼 적절한 수준에게 물러나려하면 뒤끝을 남기는 사람으로 매도된다. 대화뿐만 아니라 선물을 전할 때도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물어 봐야하고, 선물을 가져올 사람에게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줘야 원만한 관계가 유지되는 시대다. 사람, 세상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효율적 경제행위가 우선인 모양이니 씁쓸하다.
한국인의 DNA에 새겨진 것이라 믿는 몇 가지 트렌드가 있다. 앵그리버드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DNA 요소도 있다. 빨리빨리 트렌드, 목소리 높은 사람이 이기는 트렌드, 우는 아이 젖 주는 트렌드. 좋은 트렌드는 쉽게 사라지고 나쁜 트렌드는 뿌리를 깊게 내린다. 스스로 가려 받아들이자. /박상진 이사(글로벌 트렌드 연구소 트렌드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