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직한 선거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러시아 대통령직 3선에 도전한 '차르'(러시아 황제) 블라디미르 푸틴(60)이 4일(현지시간) '완전한 승리'를 선언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선거가 종료된 뒤 푸틴 총리는 크렘린궁 옆 '마네슈 광장' 등에서 집회를 열고 10만 여명의 지지자들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푸틴은 "이번 선거는 대통령 선거였을 뿐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시험이었다"며 "이는 정치적 성숙성과 독립성에 대한 시험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푸틴이 63% 이상을 득표한 잠정 개표 결과에 근거해 그의 대통령직 당선을 선언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99.5%의 개표가 진행된 현재 푸틴이 63.71% 득표율로 대통령직 당선을 확정지었다.
최대 야당인 공산당 후보 겐나디 쥬가노프는 17.18%로 2위를 차지했고, 재벌 출신의 무소속 후보 미하일 프로호로프는 7.78%를 얻었다.
투표 결과를 놓고 볼 때 결국 러시아 유권자들은 야권의 '개혁과 민주화' 보다 푸틴이 내세운 '안정과 강한 러시아 건설'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는 중산층을 중심으로 푸틴의 장기 집권 저지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열기가 거세게 불타올랐다. 하지만 보수적 유권자 층을 파고든 안정적 발전과 외세에 대한 저항을 강조하는 '푸티니즘(푸틴주의)'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차 투표에서 대선 승리를 확정지은 푸틴은 오는 5월 크렘린에 입성해 6년 임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야당 대선 후보들과 비제도권 야권이 대선 결과에 반발하고 있어 러시아 정국은 한동안 혼란스러울 전망이다.
공산당 후보 겐나디 쥬가노프는 "이번 선거를 정직하거나 공정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푸틴의 승리를 축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 시위 등을 통해 푸틴 정권을 압박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극우민족주의자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를 대선 후보로 내세웠던 자유민주당은 선거 부정 사례를 모아 법원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푸틴 3기의 대 한반도 정책은 그가 지난 2000년 집권 당시 마련한 골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과 등거리 외교를 유지한다는 원칙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남한과는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춘 실리 외교를, 북한과는 정치·외교 상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북핵 6자회담 등 자신들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전통적으로 북한과 맺어온 유대 관계임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동시에 경제 현대화와 시베리아ㆍ극동 지역 개발을 위한 가장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