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탄소세 부과 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EU가 역내 취항하는 항공기에 대해 탄소배출권을 의무 구입하도록 한 조치에 항의하는 뜻으로 120억달러어치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 주문을 연기 또는 보류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11일 전했다. 에어차이나는 A330 35대 주문을 연기했고, 홍콩항공은 A380 10대 주문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EU 탄소세 부과를 저지하기위해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긴 하지만 그 시기가 빨리 찾아왔다.
중국은 EU의 탄소세 부과 방침이 알려진 뒤 미국, 러시아, 인도 등 다른 나라와 공동 대응책을 강구하는 동시에 유럽 항공기 제조 업체에 대한 주문 취소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EU가 중국의 조치에 맞대응하고 나설 경우 중국이 또 다시 다른 조치를 내놓는 등 양측의 감정 싸움은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달 말 이미 탄소세 부과에 반대하는 28개국과 함께 단체 행동에 나섰다. 중국을 포함한 29개국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항공업계 탄소 배출권에 관한 회의에서 EU의 탄소세 부과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 공동 성명은 법률을 통한 자국 항공사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가입 금지, EU 국가와 오픈스카이 협정 수정, 상업 비행 권리 확대에 관한 협상 중지 혹은 수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성명을 주도한 것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 대표로 회의에 참석한 중국 민항국 관계자는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EU가 독단적으로 항공 업계에 불합리하게 비용을 전가하려고 하고 있다"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이밖에도 EU를 압박할 수 있는 다른 수단도 모색하고 있다. 유럽이 탄소세 부과 방침을 거두지 않을 경우 유럽 항공기의 추가 취항 규제나 유럽 항공기에 대한 연료세 또는 통행료 부과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유럽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유럽은 한 술 더 떠 항공기는 물론 역내 항구를 이용하는 선박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리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과 중국의 대결에서 결코 유럽이 유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가부채 위기로 외부에서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 유럽 입장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손인 중국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