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공천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이번엔 지역구 246명, 비례대표 54명 등 모두 300명을 뽑는다. 여야가 야합해 지역구 1명을 더 늘렸다. 유권자인 국민의 눈치는 보지 않는다. 새피를 대거 수혈한다고 했지만 찾아보기 어렵다. 전략공천을 하지 않는 한 신인이 발을 붙이기 힘든 실정이다. 현역 의원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8~10일 치러진 민주통합당 국민경선에서도 지역구 의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공천을 따냈다.
공천 잡음은 여야가 똑같다. 지도부를 향한 비난과 함께 탈당이 줄을 잇고 있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가 하면 신당행을 저울질 한다. 먼저 새누리당을 보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집중 성토한다. 이재오, 정몽준, 홍준표의원이 박 위원장을 공격했다. 감정적, 보복적 공천을 한다는 것이 골자다. 과연 그럴까. 공천 결과를 보면 수긍가는 대목이 있다. 친박(親朴)계는 살리고, 친이(親李)계는 죽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4년 전 공천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다. 당시 친박계는 탈당해 지역구 6석, 비례대표 8석 등 14석을 얻었었다.
민주통합당 역시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한명숙 대표의 지도력까지 도마에 올랐다. 급기야 임종석사무총장이 지난 9일 공천을 반납하기에 이르렀다. 한 대표는 최측근을 잃은 셈이다. 공천에 탈락한 현역들은 무소속 출마를 불사했다. 통합의 한 축이었던 '혁신과 통합'과 한국노총도 등을 돌리고 있다. 야권연대도 삐걱대다 가까스로 합의했다.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선거 이후에도 결과를 놓고 신경전이 계속될 조짐이다.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오로지 국회의원 뱃지를 달려는 일념 뿐이다. 자기를 희생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공천 결과에 순순이 승복하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박근혜 저격수로 불렸던 전여옥 의원. 9일 새누리당 탈당과 함께 국민생각에 입당했다. 비례대표로 나설 전망이다.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배를 갈아탔다. 측은한 생각이 든다. 4년 전 한나라당 공천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이방호 전 사무총장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듯하다.
이제 비례대표 공천이 남았다. 또 계파간 나눠먹기식이 되면 안 된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물들을 선보여야 한다. 그래야 지역구 공천에서 식상해진 유권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한명숙 대표가 비례대표에서 빠지는 것도 생각해볼만 한다. 지도자부터 자기를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