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소유물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은 동물조차 지니고 있다. 밥그릇을 빼앗길 경우는 주인도 몰라보는 강아지가 하나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러니 자신의 것에 대한 인간의 보호 본능이 상상을 초월한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국가는 아마도 한 술 더 뜨지 않을까 싶다. 자국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격다짐과 비논리적 사고를 총동원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영토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의 사례를 들어봐도 좋다. 남대서양의 포클랜드 섬을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행보를 우선 꼽을 수 있다. 무주물선점(無主物先占)의 논리를 내세우면서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영국의 우격다짐이 눈에 두드러지기는 하나 아르헨티나도 만만치는 않다. 국력으로는 도저히 게임이 되지 않자 지난 해 연말부터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국가들과 함께 역내 대부분 지역에 대한 영국 선박의 기항을 금지하는 완전 일차원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중해의 사이프러스를 남북으로 반분하고 있는 터키와 그리스 역시 영국이나 아르헨티나를 마음껏 조롱할 상황이 아니다. 상호간에 대한 비방이나 각종 조치 등이 이성과는 완전히 담을 쌓았다고 단언해도 좋을 듯하다.
이웃 중국의 영토와 관련한 우격다짐과 비이성적 논리는 아예 상상을 불허한다. 한국 서해안의 물고기가 보하이(渤海)만에서 치어 시절을 보낸 중국 국적이라는 기가 차는 말을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고 한다. 최근 한국의 이어도를 국제 분쟁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는 것은 때문에 크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누가 봐도 중국이 비이성적이고 막무가내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논리와 이성이 지배하는 합리적 토론의 장이 아니다. 국력이 강할 경우 우격다짐과 비이성도 이성적인 논리로 둔갑하게 된다. 더구나 중국은 G2를 넘어 G1으로 가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 세계적 슈퍼 파워로 꼽힌다. 계속 우격다짐에 나서다 보면 이어도가 어느 순간부터 쑤옌자오(蘇岩礁)로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
조용한 외교도 좋으나 국력에 합당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 세계 곳곳 분쟁 지역의 현실은 분명하게 말해주는 것 같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