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경기도 분당 야탑동에 거주하는 김현진(48 남) 씨는 아내 아이 둘과 함께 전세 보증금 7500만원의 역세권 아파트에서 최근 인근 정자동의 보증금 7000만원 월세 50만원짜리 아파트로 이사했다.
보증금 4500만원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를 들어줄 여유가 없어서다. 그는 월세를 내는 게 탐탁지 않지만 목돈이 나가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사례 2. 새댁인 김민정(30 가명) 씨는 지난달 평촌 신도시에서 시댁인 군포 산본으로 이주했다. 6개월 전 대출을 받아 2억원짜리 전세를 얻었지만 집주인이 우리가 들어와서 살려고 하는데 전세를 1억원 올려주면 시기를 늦춰주겠다고 사실상 전셋값 인상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시댁에 SOS를 쳤다 식구들 눈치 보느라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돈에 짓눌리는 스트레스를 더부살이와 맞바꿨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가 고공행진하면서 봄 이사철을 앞두고 아파트대신 오피스텔이나 빌라로 이사하는 눈물의 행렬 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주거 수준을 한 단계 낮춰 비용을 감당하는 이른바 주거하향 현상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확산 중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소폭의 안정을 찾고는 있으나 그동안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당분간 하향현상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견상 전셋값 고공행진은 주춤한 상태다. 부동산 114 조사 결과 이달 첫째 주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시세는 전주보다 0 01% 내렸다.
하락 폭은 작지만 지난해 10월 셋째주 이후 14주 연속으로 떨어지다가5주 동안 거의 변동을 보이지 않았는데 다시 하락세다. 그러나 절대적인 전셋값은 역대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6월 전세가격을 100으로 잡았을 때 올해 서울아파트 전세가지수는 1월 106.3, 2월 106.5(약 6%)를 각각 기록했다. 2년 전 1월(87.8), 2월(88.7)과 비교해 폭등한 것이다.
이로 인해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총액도 급증했다 부동산 포털 닥터 아파트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전세가 총액은 현재 307조원으로2009년 3월보다 74조원 늘었다. 경기도 41조4000억원 신도시 14조1000억원 인천 4조1000억원 등을 합한 수도권 전세가는 무려 133조7000억원 올랐다.
◆아파트 부족…더 오를 수 있어
전셋값을 잡으려면 아파트 전세 공급이 늘어나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다음달 서울과 경기도의 입주 물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다음달 서울의 입주 가구는 지난해 같은달보다 71.6%, 경기도는 48% 감소할 전망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예년 같으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가 오를 시점인데 전세난 타격이 한번 지나간 터라 아직은 잠잠하다. 그러나 (아파트 공급) 물량이 부족한 건 사실이므로 봄 이사철이 시작하면 전세가가 더 오를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