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서른 한 살인 저는 벌써 횟수로 오 년 된 오랜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결혼을 원했지만 최근 들어는 그냥 이런 편안한 관계가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뭔가 정형화된 틀을 만드는 것보다 같이 있으면 편안한 시간들이 좋아서 섣불리 먼저 결혼을 얘기하기 싫네요. 결혼하면 여러모로 여자가 손해이기도 하고. 반면 남자친구는 결혼하고 싶어하는 눈치지만 현실상 여건이 안되니까 먼저 말 못하고, 아무래도 제가 사회적으로 더 안정적이라 자존심도 상해하는 눈치에요. 주위에서는 오래 연애하느니 그냥 결혼하라고 하지만, 전 지금 이대로 더 유지하고 싶은데 나이가 나이니만큼 이대로 붙들고 있으면 문제일까요? (좋은 느낌)
Hey 좋은 느낌!
'오래 연애를 했지만 결혼얘기가 안 나오는 커플'에 대한 속성은 이런 거라 생각해. 둘 다 뼛속 깊이 독신주의자가 아닐 바에야 결혼을 거부하는 것은 사실은 그만큼 상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누군가는 결혼을 상대적으로 더/덜 원하고 그때부터 균열과 이별이 찾아온다는 것. 서로 사랑한다는 내용이 중요하지, 결혼이라는 형식이 중요하냐,라고 묻겠지만 가변적인 남녀관계에선 '형식'이 '내용'을 단단히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부분도 무시 못해.
지금 그냥 이대로의 '편안한' 관계가 좋다고 하지만 사실 내가 보기엔 이 관계는 '불편한' 요소가 오랜 기간에 걸쳐 차곡차곡 심연에 깔려 있는지도 몰라. 남자친구를 혹시나 내가 무시하고 있지 않은지, 남자친구는 티는 안 내지만 여자친구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지는 않은지, 남자친구는 나를 정말 사랑해서 결혼하자고 하는 건지, 나는 사실 사랑대신 조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등 지난 7년 동안 어쩌면 회피해왔던 질문들을 지금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시점일지도 몰라. 이 상태가 편하다고 하지만 사실 지금 느끼고 있는 건 '편함에 대한 불편함'이잖아? 그리고 남녀관계는 매이든 안 매이든 '이대로 영원히'라는 건 없어.(캣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