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새벽 0시 공식 발효됐다.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23%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 미국과의 무관세 교역이 시작된 셈이다. 2007년 4월 FTA 협상이 타결된 지 4년10개월여 만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의 거대 경제권 두 곳과 모두 FTA를 시행하는 유일한 국가가 됐다. 세계 경제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성큼 나아간 것이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 입장에서 새로운 시장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지만 지속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 무역 강국으로서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더 넓은 '경제 영토'를 확보해 대외 교역을 넓혀 가야만 하는 것이다. 한·미 FTA는 경제 영토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당위성이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개방은 양날의 칼과 같다.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가 될 수도 있다. 한미 FTA도 마찬가지다. 관세 철폐로 대미 수출이 확대되면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소비자는 질 좋은 공산품과 농수산물을 싸게 살 수 있다. 국가 신인도 제고와 외국인 투자유치 등 무형의 효과도 기대된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이 5.7% 증가하고 일자리가 35만개 창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거대 경제권과의 '거래'에 밝은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농수축산업과 제약업 등 대외 경쟁력이 취약한 산업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나라 전체로 보아 성장의 파이는 커지겠지만 효과가 골고루 돌아가지 않고 일부 수출 대기업만 수혜를 보는 상황도 우려된다. 자칫 양극화만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과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빈부격차 심화, 공공서비스 기반 붕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멕시코가 단적인 예다. 준비 없는 개방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약속한 농축산업 등 취약 분야에 대한 피해구제 방안을 차질 없이 시행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키울 방책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우려도 재협상을 통해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협정은 발효됐지만 여전히 찬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국론 분열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익을 위해, 사회 갈등을 봉합하고 효과는 극대화하면서 피해는 최소화할 대책이 절실하다. /경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