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렁에 빠지고 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선 잇따라 대형 악재가 터지고 있다. 그럴때마다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정책과 정치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당장 11월 대선에서도 아프가니스탄 문제가 오바마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16일 오후(현지시간)부터 미국 TV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16명의 민간인을 숨지게 한 로버트 베일즈 하사가 캔자스의 포트 리번워스 기지 형무소로 이송됐다는 소식을 긴급 뉴스로 다뤘다. 베일즈는 지난 11일 새벽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군 기지를 이탈, 마을 주민들에게 총기를 난사했다.
지난 달 말엔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 기지에서 코란을 소각한 사실이 공개돼 이슬람권의 거센 저항을 자초했다.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파키스탄과 터키에서도 격렬한 항의 시위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앞서 1월에는 미 해병대원들이 탈레반 반군 시신에 소변을 보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반미 감정에 불을 질렀다.
이때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는 서둘러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권의 분노와 저항은 점차 커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흔히 '부시가 시작한 오바마의 전쟁'이라고 불린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과 방법을 문제삼아 부시 전 대통령을 집중 공격했다. 명분없는 이라크에서의 신속한 철군은 그의 중요 공약이기도 했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은 오사마 빈 라덴 세력을 지원해온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반군 소탕작전에는 힘을 실었다. 집권이후 미국 외교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아프가니스탄 문제였다.
하지만 상황은 자꾸 꼬여만 가고 있다. 2001·년 10월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이달로 125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던 베트남 전쟁 기간(104개월)을 훌쩍 넘겨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으로 기록되고 있다. 최근 abc방송과 워싱턴 포스트 공동 여론조사에서 미국민의 60%는 아프간 전쟁의 가치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2014년 명예로운 철군 목표도 달성여부가 미지수다.
오바마의 고민은 대선을 겨냥해 최근 공개한 홍보 영화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4년 재임기간의 치적을 다룬 이 영상물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자신감이 없어지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