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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림칙한 응징 릴레이

며칠 전에 동네의 한 마트 계산대에서 막걸리 세 병을 계산하던 한 중장년의 남성이 계산대 직원들을 향해 한참을 고래고래 훈시를 하고 있었다. 장내는 그의 격앙된 목소리엔 술기운도 들어가 있던 것 같다. 고객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만 쩌렁쩌렁한 항의내용을 들어보니 생떼를 부리는 거였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건 직원들이었지만 '고객은 왕'인지라 그저 가만히 빨리 이 난감한 고객이 꺼져주기만을 바라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 남자의 욕설과 삿대질은 계속 이어졌고 어린 아이를 데리고 장 보러 나온 나는 끝내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목소리 좀 낮추시라고 끼어들었다. 이번엔 내게 '이 여편네가 어딜 감히'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아이는 무서워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울컥 하기 전에 사실 몇 분간 꾹 참았다. 어린 아이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건 좋지 않았고, 한 동네에 살면서 해코지 당할까도 두려웠고, 바로 나를 치는 게 아닐까라는 물리적인 공포도 있었다. 또한 다들 '저 할아버지 대체 왜 저러실까'라고 혀를 차도 막상 젊은 여자가 뭐라고 한 소리 하면 '감히 어르신한테 빠득빠득 대든다'고 하는 것도 신경이 좀 쓰였다. 그러나 아무 잘못도 없는 점원들을 상대로 언어폭력을 맘껏 휘두르는 것은 부당한 일이었다. 내게는 과거에 지하철 안에서 중장년층 남자에게 일반석 자리를 양보 안 한다고, 욕설과 삿대질을 받은 여자를 근처에 있음에도 모른 척 했던 죄책감이 남아 있기도 했다.

항간의 지하철 '담배녀'는 물론 지하철 안에서 담배를 피면서 잘못을 했다. 그녀를 두고 잘했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그녀에게 폭력을 휘두른 남자를 두고 잘했다, 그럴만 했다, 라고 보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폭력은 나쁘지만 어떤 경우에는 필요했다,라는 것은 과거 '고문'을 정당화하는 논리와 같다. 폭력을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의 빌미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무개념녀' 응징 시리즈는 그래서 끝이 나질 않는다. 물론 이 다음 번에 무개념녀로 등극하는 것은 나일 수도 혹은 당신일 수도 있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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